추석
/이재무
쉰다섯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아부지의 나이. 엄니 돌아가신 뒤
두어 해 뒤꼍 그늘처럼 사시다가
인척과 이웃 청 못이기는 척
새어머니 들이시더니
생활도 음식도 간이 안 맞아
채 한 해도 해로 못하고 물리신 뒤
흐릿한 눈에
그렁그렁 앞산 뒷산이나 담고 사시다가
예순을 한 해 앞두고 숟가락 놓으셨다.
그런 무능한 아비가 싫어
담 바깥으로만 싸돌았는데
아, 빈 독에 어둠 같았을 적막
오늘에야 왜 이리 사무치는가.
내 나이 쉰다섯, 음복이 쓰디쓰다.
크게 병들었는데 환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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