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추석 /이재무

뚜르(Tours) 2018. 9. 26. 06:16

 

 

추석

 

                                      /이재무 

 

 

쉰다섯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아부지의 나이. 엄니 돌아가신 뒤

두어 해 뒤꼍 그늘처럼 사시다가

인척과 이웃 청 못이기는 척

새어머니 들이시더니

생활도 음식도 간이 안 맞아

채 한 해도 해로 못하고 물리신 뒤

흐릿한 눈에

그렁그렁 앞산 뒷산이나 담고 사시다가

예순을 한 해 앞두고 숟가락 놓으셨다.

그런 무능한 아비가 싫어

담 바깥으로만 싸돌았는데

, 빈 독에 어둠 같았을 적막

오늘에야 왜 이리 사무치는가.

내 나이 쉰다섯, 음복이 쓰디쓰다.

크게 병들었는데 환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