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하늘에서 걸려오는 전화벨소리
떼각떼각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소리
사무실이 바닥보다 창문 높이로 올라서고
벽에서는 횟가루 대신 구름냄새가 난다.
먼 구름에서 알밤이 빠지듯
너는 그렇게 내 품에 떨어진다.
너의 얼굴을 보면 보석을 머금고 있는 것이
석류만이 아닌 것을 안다.
너의 가슴을 보면
사과나무 가지가 휘어진다.
서류뭉치들이 연이 되어 나르고
시계추 끝에선 포도송이가 여린다.
시월은 하늘과
하늘의 친척들이 몰려오는 달
꿈과 기다림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온 도시가 잠깐
하늘의 식민지가 되는
(민용태·시인,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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