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시월 /민용태

뚜르(Tours) 2018. 10. 6. 09:53

 

 

시월

 

 

하늘에서 걸려오는 전화벨소리

떼각떼각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소리

사무실이 바닥보다 창문 높이로 올라서고

벽에서는 횟가루 대신 구름냄새가 난다.

 

먼 구름에서 알밤이 빠지듯

너는 그렇게 내 품에 떨어진다.

너의 얼굴을 보면 보석을 머금고 있는 것이

석류만이 아닌 것을 안다.

 

너의 가슴을 보면

사과나무 가지가 휘어진다.

서류뭉치들이 연이 되어 나르고

시계추 끝에선 포도송이가 여린다.

 

시월은 하늘과

하늘의 친척들이 몰려오는 달

꿈과 기다림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온 도시가 잠깐

하늘의 식민지가 되는

 

(민용태·시인,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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