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가을의 나 /김근숙

뚜르(Tours) 2018. 11. 13. 06:45

 

 

가을의 나

 

                                       김 근숙

 

늦가을 해질녘의 으스름

긴 그림자 추억처럼 달고

혼자 귀가 할 때의 속살 아려오는 쓸쓸함을

그대는 알까

 

소슬한 바람

남은 것 모두 앞세우고

미련없이 떠나가 버리는 바람의 뒷모습을

그대는 보았을까

 

조금 남은 빛 스러지기 전예

가는 데 까지 가 볼 수 밖에 없는

그대 눈을 감고서도 찾아가 설 수 있는

낮익은 문 앞에 서서

따뜻한 대답 기다리는 기도

그대는 해 보았을까

이낙엽의 온기로 찻잔을 테우고

부동 의 자세로 빈방을 지키는

게억새풀의 머리 푼 사연을 듣노라면

 

문 닫히는 소리

세월 무너지는 소리

늘 그렇게

가고 오는 계절인데도

해마다 중증의 시병을 앓는 이 가을을

그대는 기억할까  

 

 

출처 : 카페 '향기나는 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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