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면 이렇게
홍수희
꽃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견디면 이렇게 꽃을 피울 때도 있는 거야.
사과나무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견디면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도 맺히는 거야.
둥지에서 떨어졌던 아기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견디면 이렇게 날개를 펼칠 때도 있는 거야.
그러나 그때 나는
그들의 조언에 오히려 반감이 치밀었습니다.
심장을 통째로 들어내는 것 같던
고통과 시련의 소용돌이에 서 있을 때였으니까요.
그러나 캄캄한 풍랑의 바다를 건너와 생각해보니
이제 그들의 충고가 무슨 뜻인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아직 나는 꽃을 피우지 못했을지라도
아직 나는 열매를 맺지 못했을지라도
아직 나는 날개를 펼치지 못했을지라도
참 아픈 말일지라도 참 슬픈 말일지라도
때로는 그렇게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외로운 연어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그렇게 다만 담담하게 견디어
쑥부쟁이나 인동초나 파꽃이 되어야 하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선한 이치를 말입니다.
출처 : 카페 ‘사랑의 향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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