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뚜르(Tours) 2018. 11. 20. 08:01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