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새벽으로부터 옵니다.
어둠 걷히기 전 맨발로 옵니다.
두 무릎으로 옵니다.
본디 밥은 공손한 두 손으로 받들어야 하는 것, 첫술의 고마움과 순순한 노동으로 오는 것.
화려한 찬이 없더라도 넉넉한 한술입니다.
나의 한 끼는 물론, 누군가의 허기를 채울 한 끼들.
하루는 감사와 경건으로 열리고, 밤의 반성과 노곤은 다시 새벽의 활기로 이어집니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몇 주걱의 밥을 앞에 모셔두고 생각합니다.
여행의 의미가 이 의식으로 뭉쳐진다고, 먼 시절 귀한 쌀 한 톨을 가르친 어머니가 그리워진다고.
가난한 한 끼가 아니라 풍족한 한 끼.
탁발승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 공양받은 밥을 거리의 빈 바구니에 덜어놓습니다.
알아듣지 못할 이국의 언어들이 섞여도 내력은 하나로 통하는지
밤새 비워둔 위장은 비만의 거드름을 물리고 무릎 꿇은 채 기다립니다.
손과 손 사이가 고요합니다.
- 최연수 시인
<사색의 향기>
'Greetings(손님들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라, 오늘이 마지막날인 것처럼 (0) | 2019.03.19 |
---|---|
기쁨과 평화의 근원 (0) | 2019.03.18 |
행복한 생각이 행복한 말을 만든다 (0) | 2019.03.16 |
봄 온 다 (0) | 2019.03.15 |
다음 세대를 위하여 사과나무를 심듯 (0) | 2019.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