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쬐면 합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D, 소문만큼 완벽한 영양소일까? 비타민 D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햇빛 비타민으로 유명한 비타민 D는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영양소다. 칼슘 흡수와 뼈 건강을 촉진하기 때문에 중년, 특히 갱년기를 겪는 중년 여성에게 필수 영양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년 여성뿐 아니라 어린이 건강과 성장에도 꼭 필요한 영양소로 아이들의 뼈 건강과 면역체계 강화에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비타민 D의 효능과 중요성이 각종 매체와 연구에서 강조되면서 일각에서는 비타민 D를 기적의 영양소로 여기고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완벽하게 책임져줄 만능 영양소는 없고 이에 비타민 D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고 제대로 알고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다 똑똑한 섭취를 위해 미국 건강정보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 Health)’가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비타민 D를 둘러싼 소문 중 어떤 것은 사실이고 어떤 것은 오해인지 짚어봤다.
◇ 비타민 D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비타민D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에이미 킴벌린 ‘미국 영양 및 식이요법 학회(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 대변인은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비타민 D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비타민 D 영양제 등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19~70세 성인의 경우 15마이크로그램(mcg)(600IU), 71세 성인은 20mcg(800IU)의 비타민 D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비타민 D는 칼슙 흡수를 돕는 영양소인 만큼 과다 섭취하면 체내에 칼슘이 축적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비타민 D 과잉 섭취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메스꺼움, 구토, 잦은 배뇨, 신경쇠약, 뼈 통증, 신장 통증 등을 꼽았다.
◇ 음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비타민 D를 섭취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다. 일상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달걀, 치즈, 우유 등이 있다. 하지만 대란 하나에 1.1mcg(44IU) 정도의 비타민D가 들어 있고 이는 하루 권장량의 6%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음식은 모자란 비타민 D를 보충할 수 있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라며 햇볕 쬐기, 영양제 먹기 등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어, 버섯 등도 비타민 D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이다.
◇ 비타민D를 먹으면 체중이 줄어든다?
전문가에 따르면 비타민 D 부족과 비만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지만 비타민 D 영양제를 먹는다고 해서 허리 둘레가 준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과체중 혹은 비만인 여성이 저칼로리 식단과 운동을 하며 영양제를 통해 비타민 D 수치를 정상 수준으로 높인 결과 동일한 조건에 영양제만 먹지 않은 여성보다 더 많은 체중을 감량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비타민 D 섭취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모든 사람이 비타민 D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비타민 D를 적절히 섭취하는 것은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골다공증 등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일부러 수치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또, 권장량이 있기는 하나 모든 사람이 동일한 양의 비타민 D를 섭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 햇볕을 쬐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사실이다. 비타민 D를 햇빛 비타민으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양의 자외선 B가 피부에 닿으면 피부 내 화학물질이 비타민 D3로 바뀌고 이는 간에서 신장으로 이동해 체내에서 사용 가능한 활성 비타민 D로 변화한다. 하지만 계절, 시간대, 구름양, 피부 색소, 자외선 차단제 등에 따라 햇빛을 받아 합성할 수 있는 비타민 D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 대도시에 살고 직장을 다니면 실내 활동이 대부분인데다 햇빛이 차단되는 공간이 많아 충분한 양의 햇볕을 쬘 수 없다. 이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 역시 비타민 D의 합성을 방해한다. 이에 적절한 양의 영양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우울하고 처지는 기분, 비타민 D 부족이 원인?
자꾸 기분이 나쁘고 우울하다면 비타민 D 섭취가 해결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가 세로토닌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세로토닌은 기분과 수면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비타민 D 보충제가 제2형 당뇨병(일반인보다 우울증 위험이 높음) 여성의 기분을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비타민 D와 우울한 기분 사이에 확실한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연구나 자료는 아직 없어 우울증 개선을 위한 참고 사항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다.
◇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면 면역력이 강해진다?
사실이다. 비타민 D는 특정 백혈구의 유해한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미생물과 싸우는 면역세포의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성인은 감기, 기침 또는 상기도 감염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비타민 D가 잠재적인 코로나19 예방 수단, 혹은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아직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다수의 관련 연구에서 상관관계가 발견되기도 했다. 스페인의 한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80% 이상이 비타민 D 결핍 증상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비타민 D로 혈당도 줄이고, 암도 예방?
비타민 D가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올해 발표된 3건의 무작위 임상실험에 대한 검토 결과 당뇨병 전증 진단을 받은 성인의 경우 비타민 D 영양제를 먹는 것이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아직 충분한 연구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혈당과 관련해 비타민 D를 섭취하려는 경우 전문의의 상담은 필수다.
비타민 D가 특정 암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35ng/mL 이상)은 가장 낮은 사람(15ng/mL 미만)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약 30% 낮았다. 또, 햇빛이 강한 계절에 제대로 햇볕을 쬐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수년간 진행한 대규모 추적 관찰 결과 봄과 여름에 측정한 비타민 D 수치가 매우 낮은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캐롤 파비안 미국 캔자스대 암의료센터 유방암 예방 및 생존연구센터 센터장은 “비타민 D 수치가 매우 낮은 사람이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폐암, 췌장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소개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비타민 D가 전립선암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늙으면 비타민 D를 제대로 못 만든다?
나이가 많으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많은 비타민 D가 필요할 수 있다.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비타민 D를 잘 흡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생성량도 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해서 노인에게 비타민 D 과다 복용을 권하지는 않는다. 권장량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 D는 소량보다 골밀도 증가에 오히려 더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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