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사람 /김언
기질상
맞지 않는 사람과
사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은
기질상
나와 맞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나와 맞지 않다.
아무도 나와 같이
살 수 없다.
그래서 아무하고나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부지기수일 텐데
그래서 태어난
자식들도 부지기수로
돌아다니는데
그들 역시
맞지 않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자식들을 낳는다.
맞추다 보면
맞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맞추는 것을 포기하면서
자식들을 낳는다.
그 자식들이 유일하게
둘이서 맞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맞지 않는
나를 보면서
새삼 인정한다.
너는 누구와
딱 한 번
합을 맞출 것인가.
아무도
아무도
자신을 동물이나
식물로 취급하는 사람은 없는데
동물이나 식물처럼
딱 한 번 합을 맞출 사람을
찾아서 맞지 않는 구두와
맞지 않는 정장과
맞지 않는 교양을 갖추고
나간다.
노력이 가상해서
맞지 않는 상대가
맞지 않더라도
나와 있다.
나와서 웃고 있다.
조금만 맞춰줘도
좋다고 웃는다.
내가 미쳤지.
내가 돌았지.
십 년째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의 말이다.
ㅡ웹진 《님Nim》(2024, 1월호)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밖에는 /정채균 (0) | 2024.01.11 |
---|---|
겨울날 / 장석남 (0) | 2024.01.10 |
헤어져야 할 날이 /조병화 (0) | 2024.01.07 |
소한인 오늘 /김경철 (0) | 2024.01.06 |
햇빛 주사 /이해인 (0) | 2024.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