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겨울날 / 장석남

뚜르(Tours) 2024. 1. 10. 10:49

 

 

겨울날  / 장석남



1
살구나무에 잎이 다 졌으니 그 잎에 소리 내어 울던 빗발들 어쩌나 그래서 눈이 되어 오나?
진눈깨비 되어 오나?
살구나무 빈 가지의 촘촘한 고독 사이를 눈은 빠져 내려서
지난 한해의 빗소리 같은 것도
덮고 있는데


잊고 지낸 젯날 같이
설운
하루 한낮



2
풍경 소리가 나와 친해지더니 이제는
새벽녘만 되면 아예 장단을 친다.
그것은 제 혼자 치는 게 아니고
제 동무들까지 불러다가
주고받는 장단을 친다
새벽별에선지 城에서인지
불러다가 장단을 친다


당신 영혼의 살의 따스함을 내 어디에 꼭꼭 지니려함을
알고나 있었는지



3
애인의 눈동자 깊이
구덩이를 파고 자기 심장의 종소리들을 묻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문학과지성사, 2006(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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