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저의 종친(宗親) 중에 한 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제가 이 글을 보내는 것은
이분의 의지, 가족 사랑, 지혜로운 투병을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도록 부탁하셔서 성명 중 한 자를 '?'로 표기했습니다.
Happy New Year!
안녕하세요 여러분!
싸락눈이 내리는 희망찬 연초입니다.
지난 한 해 보내주신
관심과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이젠 말할 수 있다?
2023년은 제가 다시 태어난 첫 해였습니다.
2022년 10/6일 아산병원에서
직장암 4기(간전이) 판정받고,
10/21일 대수술로 간에서 4cm-
3cm-1cm 암세포 3개와 직장을 잘라내고
6개월간 12차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허리에 똥주머니(장루)를 달고 살다가,
6/2일 장루제거 및 복원수술받고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수술 직후 체중은 56kg까지 빠졌고,
입안이 헐고, 토하고,
모든 기력이 쇠하는 항암치료 중에도
못 먹고 근육까지 빠지면 죽는다는 말에,
이를 악물고 삼켰고,
이를 악물고 이틀에
한번 아차산에 올랐고,
저녁에는 매일 한강을 걸었습니다.
덕분에 올해 환갑인데 장딴지가 제 평생에 가장 딴딴하고 굵어졌습니다.
잘 견디고 살아 난 덕분에 10월에는 시아버지가 되어 많이 기뻤습니다.
12월 셋째 주에는 3개월에 한 번씩 하는 재발/전이 추적 관찰에서
"현재는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고 2023년 치료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완치판정 하는 직장암 4기의
5년 생존율이 45%.
이제 겨우 1년 무사한게 대단한 거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이 쬐금 보여서 이제야 저의 투병을
여러분에게 알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암선고 듣고는
차 안에서 혼자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들으며 눈물 쏟기를 몇 차례~
지금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와
저의 18번 조영남"사랑이란"을 흥얼거린다는~ㅎㅎ
85세 노모보다 먼저 죽을 수 없고,
아들/딸 결혼 때까지
살고 싶어서 노력 했습니다.
40년 폈던 담배와 좋아했던 술을 끊고,
삼겹살을 멀리하고,
거의 중독 수준였던 설탕물 같은 캔커피를 끊고,
당근 브로콜리 가지 양배추 마늘 고구마 토마토 아몬드 청국장 현미콩밥 등등
암에 좋다는 것들을 365일 삼시세끼 질리도록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속사정 모르는 주변분들에게서
얼굴 혈색이 좋아졌고
피부가 맑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몸은 177cm-71kg
완전 표준체중 입죠.
(한창때는 85kg)
암튼 방심 않고
겸손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더 주의/절제하며 살겠습니다.
이제 항암치료 후유증도 거의 없고
(완전 정상은 올해 5월쯤),
몸상태도 활동하는데
크게 문제 없는 바,
새해 2024년에는 여러분과 함께
다시 행복하기 위해
현장으로 복귀해서
"조금만 욕심내며"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합니다.
예정에 없이
죽음과 인생에 대해 일찍 생각하게 되며,
평생 들거같지 않던 철이 조금 들은 느낌입니다.
한결 너그러운 남?이로
자주 양보하고
두루 이해하며 여러분 기억 속에서
폼생폼사
<좋은 사람>으로 주욱 살고자 합니다.
새해에는 예전의 씩씩했던 남?이 모습으로
찾아뵐 테니,
많이 응원해주시고,
더 많이 친해지며
과정과 결과에서 여러분과 행복한 장면들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이 많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새해 환갑맞는 사내의
뜨거운 고백(?)으로
신년 연하장을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조남? 올림.
(동봉한 사진은 2023년 저의 여정들입니다. ~^^)
*끝으로 노모 포함 가족 모두는,
아직도 제가 암인 줄 모릅니다.
저 독한 놈 맞죠?
ㅎㅎ
팔순엄니는 충격에 돌아가실 거 같았고,
투잡 뛰며 결혼 준비하던 아들과 꿈 많은 신입사원 딸애는 낙담할 거 같았고,
집사람의 잔소리는 더 커질거 같아서 숨겼습니다.
근데 숨길 때는 여러가지로 힘들고 불편했지만,
지나고 보니 잘한 거 같습니다.
남?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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