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혼자 밥 먹는 사람은 ​/강연호

뚜르(Tours) 2024. 1. 15. 22:15

 

 

혼자 밥 먹는 사람은  ​/강연호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

기억의 부력은 놀라워서 언제든 기어이 떠오른다

너무 오랜 낮잠으로 불어터진 얼굴을 짓이기며

스쿠터가 슬리퍼를 끌 듯 지나간 게 전부인 오후다

세계가 고요하면 긴장해야 한다

목련의 실핏줄이 아프게 터지는 계절인데

꽃말처럼 흩어지는 신파를 거두며

찻물이 끓는 동안 입술이 식혀야 할 이름이 있다

혼자 노래하는 사람은 쓸쓸해서 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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