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도시의 겨울 풍경 /이도연

뚜르(Tours) 2024. 1. 22. 17:42

 

 

도시의 겨울 풍경   /이도연

 

 

서리가 내렸다

겨울이다

아침 입김을 호호 불면

하얀 게 빠져나가는 내 몸을 본다

 

밤새 반짝이는 가루를 뒤집어쓴

가을의 흔적을 미처 떨구지 못한

비련의 꽃잎이

하얗게 피어 있다

 

얼어붙은 길가의 잔설이 유난히

추워 보이는 아침

갈 길이 분주한 사람들이

새벽어둠을 밀고 있다

 

버스는 윙윙 소리로 열을 내

아침 추위를 이겨내며 도로를 달린다

덩달아 바빠진 아침이

살아 있는 생동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몸속에 엔진이 있는 것처럼

입에서는 하얀 입김을 뿜어 올리고

무적의 전사처럼

전투적으로 하루의 아침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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