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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즘

뚜르(Tours) 2006. 10. 12. 01:23

수피즘

 

 

서론
이슬람 신비주의로 표현되는 수피주의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신비주의라는 개념을 명확히 제시해 놓을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의미론적 관점에서 접근해 볼 때, 난해한 이데올로기적인 신비주의라는 용어보다는 신비현상이라는 단어로써 그 의미에 접근해봄이 무난할 듯 하다.


일반적으로 '신비하다'는 것은 일상적인 경험을 넘어선 초월적인 경우 또는 자연법칙으로서의 인과율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 등을 기술하는 감정, 정서의 표현이고, 신비 체험은 우연적 개별적 요인에 기인해서 절대적 초월적 대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으며, 신비주의는 이러한 구체적, 개별적 신비체험을 '주관과 객관의 합일'이라는 일반적, 추상적 형태로 표현할 때 쓰는 개념으로 구별할 수 있다.

 

신비체험은 보통의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고 비밀로 가득 차 있으나, 체험자 자신에게 있어서는 직관적으로 매우 확실한 일이며 논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을 가리킨다. 또한 체험자는 직접적으로 무엇인가 무한한 큰 힘을 가진 실재에 접촉하여, 그것에 의해 종래의 자신의 허상은 완전히 없어지고 탈아(脫我)로 인도되는 현상이다. 기쁨에 넘친 선명하고 강렬한 감명 속에서 일찍이 몰랐던 보다 높고 보다 깊은 생명의 경지가 열려 오고, 영혼이 밑바닥에서부터 동요되며, 세계는 새로운 빛으로 빛나게 되는 체험이다.


각각의 신비체험은 종교·시대·사람에 따라서 각각 다른 양상을 나타내지만, 대체로 이상과 같은 기본적 특징을 신비체험 일반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종교와 관련해 일어나는 기적이나 신비현상을 합리적, 과학적으로 파헤쳐 보고자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신비 현상을 과학적 인과관계에 좇아 그것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신비 현상이 종교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의미를 종교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해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당연 종교는 그 특성상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농후하지 않은가?


어느 종교나 신앙의 세속화, 타락화를 반대하여 그 순수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개혁운동이다. 가령 중세 기독교가 부패할 때 마틴 루터가 종교 개혁을 일으켜 개신교를 탄생시켰고,  마찬가지로 이슬람 역사에도 물질적 이득과 개인적 영달에만 관심을 둔 속된 이기주의 발전에 저항 또는 정화운동의 일환으로, 우리가 살펴볼, 수피 사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비주의를 정의하자면, 신비체험에 최상의 구제가치를 인정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하여 독특한 사상이나 행동을 전개시키는 종교의 체계 또는 형태. 신비체험이란 신이나 절대자 또는 우주의 근본원리 등 각각의 종교에서 내세운 구극적(究極的)·절대적인 것에 자신이 직접 합일하여 교섭 또는 내면적 일치를 체험하는 것이 이데올로기화되었다면, 그것을 신비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신비주의의 정의를 바탕으로 동서고금에 걸친 이러한 신비주의의 흐름 가운데 이슬람의 수피주의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나아가 다른 종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신비주의의 모습들을 접한 후에, 종교적 특징으로서의 신비주의로서의 수피주의를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본론
수피즘의 정의
그렇다면, 수피주의-즉, 수피즘이란 무엇인가?
수피즘(S fism)이란 이슬람의 신비주의를 가리키는데 이슬람 신앙의 형식주의, 즉 행위의 겉모습만 보고 심판하는 이슬람법 등에 대한 반동으로 발전했다. 고전 이슬람이 성법(聖法)의 준수를 통하여 신과 교제하는 공동체적 이슬람인 반면, 수피즘은 각자가 자기의 내면에서 직접 신과 교제하는 개인형의 이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수피즘은 소수 엘리트의 운동으로서 출발했으나, 차츰 수행방법이 정비되고 신(新)플라톤주의와 인도사상 등의 영향에 의해 이론화되었다. 12∼13세기의 사회적 혼란기에는 디크르(dhikr: 신의 이름을 부르는 일)에 의한 수행의 간소화와 신과 인간의 중개자로서의 성자에 대한 신앙에 의하여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교단의 형태(타리카:  arica)로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오스만 왕조 투르크는 14세기 이후 소아시아에서 발칸 반도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16세기 전반의 술레이만 1세(대제)때에는, 소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멀리 빈까지 이르는 발칸 반도 안쪽 깊숙한 곳까지, 남쪽은 예멘에 이르기까지의 지중해 주변 아랍 지역들을 정복하여 광대한 통일국가를 이룩하고, 술탄은 칼리프라고 자칭하여 수니파 이슬람 세계의 수호자로서 등장했다.

 

16세기 초엽 오스만 왕조 술탄 셀림 1세가 시리아를 정복했을 때, 제일 먼저 13세기 초의 수피 사상가 이븐 알 아라비의 사당을 세운 것은 이 왕조와 수피즘의 결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무렵 페르시아에서는 일한국·티무르 왕조를 거쳐 이란 민족을 통일하여 12이맘파(시아파의 하나)의 사파비 왕조가 일어나서 수니파의 오스만 왕조와 대립하면서도, 16∼17세기에 걸친 샤 아바스 1세 때에는 정치·문화적인 융성기를 맞이했다. 수니파 이슬람 세계에서는 A.H.M.가잘리의 철학비판 등도 있어서, 에스파니아의 이븐 루슈드(아베로에스) 이후 소멸된 것으로 여겨오던 그리스 철학의 전통은 수피즘과 융합하여 물라 사드라를 정점으로 하는 일련의 사상가들 속에서 새로운 전개를 보였다.

 

또 인도 아대륙(亞大陸)의 이슬람화(化)가 진행된 것도 13세기 이후의 일이었다. 즉, 인더스강 상류의 북서 변경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가즈나 왕조를 멸망시키고 등장한 구르 왕조 이후 무슬림의 본격적인 인도 침입이 개시되었다. 1206년 구르 왕조에 이어서 델리 사르 타나트 왕조(노예왕조)가 성립되었지만, 1526년 무굴 왕조의 등장에 의해 무슬림의 전(全)인도적 지배는 일단 확립되었고, 이슬람화가 거세게 진행되었다. 이리하여 16세기 후반 악바르 대제 때에 극성기를 맞이하였다. 이슬람이 동남아시아·중국·아프리카 등지로 전파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이슬람은 아랍 무슬림이 활동의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자, 몽고인 정복자를 개종시키고, 터키인·이란인·인도인·말레이시아인·인도네시아인·중국인·아프리카인 속에서 그 담당자를 찾아내어 새롭게 발전하였다.

 

이러한 발전과 이슬람화에 활력을 준 것이 수피적 이슬람이었고, 수피 교단의 성자와 상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도 16∼17세기의 절정기를 넘어서자 종식되었고, 이슬람 세계는 다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수피들이 체험을 중시하는 나머지 지식을 경시했으므로 이성에 의한 규제를 떠난 수피즘으로 변질되었다. 그리하여 더욱더 주술화(呪術化)되어 [신으로의 귀의]가 적극적인 활동 속에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무위(無爲)·무활동, 현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해되어, 수피즘은 무기력과 침체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전락했던 것이다.

 

수피(Sufi) 사상의 발전 과정
학자들 간에 여러 이론들이 분분한데 두 가지로 압축된다. 즉, 수피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의 소피아(Sophia-지혜)의 헬라어 음역에서 나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편에서는 순수 수피 용어는 아랍어 단어, 예언자가 최초로 세운 메디나의 성원 맨 앞줄 예배자리, 또는 신비주의자들이 입고 다니는 털옷(su f)등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이 두 학설 중 대부분의 학자들은 후자인 털옷에서 유래했다는 데 타당성을 두고 있다. 더구나 수피운동에 대한 기록 가운데 11세기 이전에 나온 것은 현존한 것이 없으며 이 용어 자체도 처음 사용된 시기가 9세기 중엽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수피즘이 어떤 면에서 유대교 영지주의(Gnoticism)자들 중에 이슬람으로 개종하여 수피즘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세속적인 부와 권력을 떠나 금욕 생활을 통하여 신에게 헌신하는 고행자의 길을 택했다.


이 때문에 후대 수피들이 그 기원을 우마이야조 말엽의 대 신학자인 알 바스리( AD 728년 죽음)에서 찾는 것이다. 그는 굶주림과 가난을 정의의 증표로, 부를 옳은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악으로 보았다. 여기서 수피주의가 비록 금욕주의와 일치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 기원이 여기에 있음은 명백하다.


금욕주의자를 수피즘의 기원으로 보고 그 발전 과정을 이슬람 초창기 200년 동안 일부 신자는 개개인의 자발적인 독실성에서 스스로 금욕적 신앙생활을 실천해 나갔다. 마치 이슬람법과 신학의 발전에 따라 꾸란 연구가와 하디스 수집가들이 이슬람 법학자로 성장했듯이 금욕주의적 신앙생활에서 정신적 내면을 사색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종종 꾸란 구절을 낭송하면서 감동하여 울었기 때문에 '낭송자' 또는 '우는 이'의 별명을 갖기도 했다. 한편, 낭송자는 배화교(조로아스터교)의 자료까지 동원하여 설득력 있게 설교했으므로 점차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진정한 수피주의자가 되는 길
수피주의자는 자발적인 금욕과 가난을 포용하고 있으나 그 어느 것과도 일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피가 된 동기는 신의 징벌에 대한 두려움이나 보상에 두지 않아야 하고 오직 신에게 가까이 가는 길, 곧 신의 뜻에 자기 뜻을 굴복시키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믿음, 지식, 직관, 이 세 가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 셋을 구비하면 참된 수피주의자가 된다.


첫째 단계에 있을 때(믿음), 그는 외모와 옷맵시에 있어서만 수피이고, 둘째 단계에(지식) 들어설 때 수피 냄새가 저절로 나는 것이고, 셋째 단계(직관)에 이르러야 진정한 수피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제 직관 단계에서 수피는 신의 행동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 단계는 금욕주의 단계라고 말 할 수 있고, 둘째 단계는 영지주의 단계라고 할 수 있고, 셋째 단계에 이른 사람 즉, 진정한 수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이런 수피 사상이 지배층의 신학인 순니 체제와 그 간격을 넓혀가자 점차 반대에 부딪쳐 첨예한 대립이 되었다. 그래서 수피주의자들은 예언자의 하디스 가운데 신자의 검약성을 강조하는 구절을 과장 해설하여 금욕주의적으로 해석하였고, 반면에 이슬람 법학자들은 수피들의 극단적인 금욕주의, 속세이탈현상 및 수도원의 강조를 이슬람의 현실참여 정신에 위배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즉, 수피들의 현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이슬람 법학자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수피주의자들은 자기 길을 여전히 갔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중근동 지방 전래 종교가 아닌 불교가 이 수피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즉, 왕위를 버리고 방랑생활을 한 부처의 이야기라든지, 압바스 왕조의 유명한 해학가 자히즈는 인도 스님들의 동냥 행각이 시리아까지 진출한 것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이 스님들은 짝지어 다니면서 같은 곳에 두 번씩 자는 법이 없었으며 이 방랑생활에서 수련하는 목표는 성심, 순결성, 성실성을 함양하고 굶주림과 어려움 속에서 극기하는 데 있었다. 이와 같은 주변 환경 때문에 수피주의자들이 신비주의적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러 이단파와 수피즘
이슬람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쿠란 이지만 무함마드가 죽은 후에는 그것만으로 교의상의 판단이 안 되는 경우가 많게 되어 그러한 때는  순나(무함마드의 언행) 에 의하여 보완되었다. 그리고 이 순나를 이상(理想)으로 삼는 사람들을 수니파(派)라 하여 이것이 이슬람교의 정통파로 지목되고, 이슬람교도의 대부분이 수니파로 이루어진다. 아라비아의 원시이슬람은 다른 여러 민족을 정복함에 따라 많은 종교와 사상에 부닥쳐, 이들을 받아들이거나 동화(同化)시키는 과정에서 몇 개의 이단적 유파가 생겼다. 페르시아만 연안의 뱃사람이나 장사군을 그 주력으로 하는 하지라파(派)가 그 최초의 것으로, 7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오만·동아프리카·북아프리카 등에 약간 잔존할 뿐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혈통은 딸 파티마와 제4대 칼리프인 그의 조카 알리와의 사이에 태어난 하산과 후세인의 두 남아계층에 의하여 전해졌으며, 이 중에서 특히 후세인의 계열을 교주로 추대하는 시아파(派)는 후에 이란의 종교사상을 받아들여 최초의 이단적 종파가 되었다. 무함마드는  이슬람의 교리는 70개로 분열될 것이다 라고 예언하였다 하는데, 확실히 시아파는 많은 지파(支派)로 분열되어 극단파를 낳게 되고 그 가운데는 이미 이슬람교로는 간주할 수 없게 된 것까지 있다. 이와 같이 이단파는 상당한 수가 있으나 신도수는 전체의 10%에도 미달된다.

 

이슬람의 신비주의라고 일컫는 수피즘(또는 수피파)은 원래 원시이슬람 사회 안에서 금욕고행을 주의로 삼는 일파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후에 그리스 사상과 유태교·그리스도교·불교 등의 신비주의까지 받아들여 사상계의 일대조류로 발전하였다. 이 수피즘은 이슬람 신앙의 형식주의, 행위의 표면만을 보고 심판하는 이슬람법(샤리아) 등에 대한 반동으로 발전한 것이며, 이슬람교가 세계적 대종교로 발전한 것은 실은 이 수피즘의 힘입은 바가 크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다. 반면 이슬람사상 속에는 그러한 사고방식을 배격하려는 자도 있다.

 

이슬람 수피즘의 특징
수피즘의 특징은 일종의 도취 상태에서 지상의 경지를 감득하는 데 있는데, 이 사상은 특히 시 형식을 취하여 아랍어로는 알아라비, 이븐, 파리도 등, 페르시아어로는 루미, 하피즈, 자미 등, 터키어로는 네시미, 니자지 등의 시작(時作)으로서 표현되었다.


수피즘을 신봉하는 많은 교단이 형성되었는데, 특히 터키계 데르비시는 자가도취의 수단으로서의 회전춤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크르(염불의 일종)도 많이 쓰인다. 순니파는 수피즘을 비아랍적, 비정통적이라 하여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시 종교의 신비주의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신비주의적 종교현상으로는 샤머니즘을 들 수 있다. 신들린 무당이 굿을 하고, 작두를 타며, 길흉화복을 예언하고, 질병을 고치는 현상으로, 민간신앙에서 부적과 같은 주물을 숭배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원시 종교의 신비주의로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번성을 기원하나 아직 인간성이나 세계원리에 대한 반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불 교
 절대자나 초월자와의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합일이라는 면에서는 아무런 신비주의적 색채도 없으나, 석가모니가 명상과 참선, 고행을 통해 '깨우침'을 얻는 비현실적, 비합리적 상황은 신비주의적인 색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힌두교
 힌두교는 하나의 체계적인 종교가 아니고 바라문교가 여러 가지 민간신앙과 융화되어 발전한 범신론적 종교로서 아트만, 즉 개별적 자아가 브라흐만, 즉 최고의 자존자와의 합일하는 과정을 신비주의적 요소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주로 요가(yoga)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독교
정통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절대자인 신과 유한자인 안긴 사이에 뛰어 넘을 수 없는 틈을 설정하기 때문에 신과 인간의 합일을 꾀하는 순수한 기독교 신비주의의 철학은 기독교 사상가에 있어서 대부분 이단으로 취급되어 왔다. 기독교 신비주의의 기원은 《신약성서》에 있는 바울이나 요한의 그리스도 체험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계시를 받는다던가 아니면 기도와 명상을 통해 앞으로의 올 구원의 징후를 발견하는 방법만을 신비주의로부터 빌려와 이용하였을뿐, 신비주의적인 철학도 기독교의 근본 교의인 삼위일체, 은총설, 종말론 등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점에서 극단적인 신비주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 체험을 통하여 하나님을 알게 됨
 
동양의 신비주의 사상
동.서양의 신비주의 중 특히 동양의 신비주의, 그 중에서도 유교와 도교의 신비주의에 대하여 주목할만하다. 도교의 경우는 철학적인 경향이 강한 도가계열과 민중신앙 중심의 교단 도교가 있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양자 모두에게서 신비주의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유교는 도교와는 달리, 윤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종교와 유사한 점이 있다.
유교는 도덕적 자아에 대한 지식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또한 유교는 지성과 문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도교는 유교의 이러한 지성주의에 반기를 들고 있다. 유교는 신성(神性)과 초월 속에서 인간윤리의 근거를 찾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도 유교의 신비주의적 요소는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論語} [陽貨]편에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天何言哉)"라는 공자(孔子)의 외침과 맹자의 도덕의 근거로서의 마음(心)이라는 것도 이러한 신비주의적 시각 아래에서 이해되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四書 중의 하나인 {中庸}의 미발(未發)한 평정한 마음(心)의 상태도 신비주의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유교의 신비주의의 성격을 "범신론적(汎神論的)"인 것으로 파악 해야하며, 신유학의 체계적인 형이상학 역시 불.도교의 종교적 자극에 의해 내재되었던 유교의 신비주의적 요소가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도교에 있어서, 노장사상, 선(禪) 등에서도 신비주의적인 색채는 짙다. 특히 선(禪)에 있어서는 기도자의 명상과정 중에 무아경의 상태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비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도교의 경우는 유교 보다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그것이 철학적인 도가이든 민중종교로서의 도교이든 도교는 그 성격상 강한 신비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요컨데, 대표적인 동양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유교와 도교, 이 양 종교전통은 명상을 통한 깨달음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신비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결론

 결국 종교에 있어서 신비 체험이란, 본질적으로 보통사람과는 다른 경지에서 삶과의 합일이라는 깊은 정신적 감각을 느끼며, 직접적, 직관적, 비합리적 방식으로 신적 실체와 만나는 체험자에 의해서 해석된 종교적 상황 속에서의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신비 체험이라는 몸통이 특정 종교라는 옷을 입고, 그 종교의 패러다임 안에서 궁극적 실재와 합일(合一)하는 것이다.


사실,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간에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신비현상은 그것이 과학적으로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판단된다 할지라도 종교나 종교인에게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마치 힌두교인들의 어머니인 겐지즈 강물이 썩지 않는다는 것이 어떠한 과학적, 합리적 근거, 가령 물이 차가와서 미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썩지 않는 것이라든지 하는 등의 근거가 있건없건 간에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그 사실이 종교적 믿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큰 의미를 갖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신비현상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환상이나 환청, 예언, 병의 치유, 방언 등의 초월이나 황홀경과 같은 비지적인 심리상태를 떠올린다. 그러나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 현상 또는 신비 체험은 이러한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는것이라는 것이며, 더구나 그러한 신비체험이 그저 체험 자체로 끝난 경우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이상과 같이 살펴본바에 따르면 이슬람이라는 문명의 틀 안에서 '이슬람의 신비주의' 즉, '수피즘'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지할만 하다.

 

이슬람의 초창기에 개인적 신비주의 경험에서 출발한 수피즘은 8세기경부터 뛰어난 수피 학자들이 나타나 수피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시킴으로써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어 13세기에는 소위 타리까라고 불리는 수피 종단이 결성되어 대중 사이의 사회 운동으로 발전함으로써, 이슬람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을 볼 때, 이슬람에서 신비주의의 영향은 여타 다른 종교의 그것과 확연히 구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종교의 토착적인 요소는 그것의 대중화에 있어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만들고, 이것은 이슬람의 수피주의가 대중화 되어 서민 생활 속에 깊숙히 자리잡게된 원인을 가장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물론 순수한 이슬람적인 관점에서는 수피즘이 정통교리로부터의 이단화, 기존 사회체제로부터의 이질화를 가속화시켜, 환상적 주술적인 성격을 지닌 토착 신앙화시켰지만, 수피즘이 대중들 깊이 침투했었다는 사실은 이슬람교 역사에 있어서, 그가 차지한 위치를 반증해주는 증거이다.  미국에서 종교에 대한 1977-1978년 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이전에 종교적 또는 신비적 체험, 다시말해 갑작스런 종교적깨달음이나 각성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약 31%가 "그렇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것을 더욱 뒷받침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렇듯 신비체험은 소수의 영적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일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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