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us' Opinion

남편을 위한 '행복 교실' (펌)

뚜르(Tours) 2006. 12. 9. 11:28
남편을 위한 '행복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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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분출하는 (그의)언어 폭력을 어찌 감당해야 할 것인지...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대화를 기피하고 내 방에서 종일 두문불출했다.”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는 아내의 고백이 아니다. 잘 자란 4남매에 손주손녀를 여섯이나 둔 부산의 한 칠순 할아버지가 겪은 곤혹이다. 남편을 위해 평생 참고 참으며 살아왔던 예순네 살 아내의 뒤늦은 감정 폭발에 어쩔 줄 모르던 그는 안방 화장대 위에 놓여있던 안내장을 보고 아내와 부산 여성문화회관 부부상담센터를 찾았다. “안 사람만 보면 가슴이 뛰어 가급적 피했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변화하는 한국의 가정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여성뿐만이 아님을 증언한다. 
 

“마지막 이혼하는 마당에 한번 가보자”고 응했던 할머니 덕에 격렬한 싸움은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20대 신혼부부 등 젊은 부부들과 함께 4주에 걸쳐 상담을 받으며 함께 살아갈만한 이유를 찾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장점 30가지를 애써 찾아내고 서로에게‘이제야 처음 쓰는 편지’를 보내며 눈물로 41년 결혼 생활의 아픔을 씻어낸 이들은 “이런 교육을 좀 널리 시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기 드문 ‘행운의 커플’일지도 모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신청 2500여 건 가운데 결혼 생활 26년이 넘은 황혼 이혼이 전체의 19%다. 16~25년 만의 이혼도 26%나 된다. 결혼 26년 이상 남성이라면 대개 50대 중반을 넘겼을 것이고 16~25년이라도 마흔은 넘어섰을 터다.

 

가부장 사회에서 반생을 살아온 이들이 여성의 사회적-법적 지위가 높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 변화를 못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이혼하면 부부 공동 재산 분할로 경제력 갖추겠다, 평소 자식과 가족은 몰라라 바깥 일에만 매달렸던 남편과 달리 아들 딸과 좋은 사이 유지하겠다, 이혼이 두렵지 않다고 목소리가 커진 요즘 아내에 비해 남편들은‘겁나는 일’투성이다.

 

우리가 미처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 한국 사회는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선 호주제 폐지로 ‘가부장 가족’의 종언을 선언했다. 결혼 후 불어난 재산은 아내나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벌어왔든 안 벌어왔든 50대 50의 기여도를 인정받게 됐다. 여성들의 사회적, 법적 지위가 이처럼 달라지면서 인생과 가족,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그 같은 변화의 속도와 내용을 미처 실감하지 못한다. 자기 문제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남성다운 태도라고 오랜 세월 몸에 뱄기에 아내에게도 남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다. 치솟는 이혼율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본에서 최근 이혼율 증가가 멈춘 것은 배우자 연금의 50%까지 떼어 받을 수 있는 내년으로 아내들이 이혼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농담처럼 오간다. 아내가 곰국만 끓여도 가슴이 철렁하다는 남편들이 늘고, 아내가 외출할 때 ‘언제 오느냐’고 물으면 ‘간 큰 남자’라는 우스개가 나도는 마당에, 바다 건너 이야기라고 웃어버릴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권익을 키우는 데 상당한 결실을 맺었지만, 그런 변화를 볼 줄 모르는 남성들이 뒤처져 남아있는 한 성 평등 사회는 여전히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다. 남자들이 속 터놓고 울 수 있는 ‘남편 상담실’부터 시작해볼 만하지 않은가.

박선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