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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9 /전병윤

겨울 나그네 9    /전병윤불빛 환한 그대 창가에설토화 꽃잎 쏟아지는 눈발온몸으로 받으며뜨거운 내 가슴남김없이 슬어 주던 밤지우려고,눈길을 가고 있습니다달빛 바래고밤도 하얗게 깊었는데백열등 촉수를 높이고잠을 쫓고 있는 지난날그림자마저 지워진 줄 알았는데장밋빛 붉던 그대 가슴속아직 난,해바라기로 살고 있습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07

수도꼭지

침묵은 부패하기 쉬운 질료다. 밀폐된 방안에 너무 오래 괴어 있으면 쉽게 상한다.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노모는 눅눅하고 퀴퀴한 침묵을 체질적으로 견디지 못한다.그래서 늘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헐겁게 잠가 놓는다. 똑똑똑똑···.반향을 남기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는 결코 소음이 아니다.노모가 식성에 맞게 침묵에 가미하는 일종의 향신료다.- 정희승, 수필 ‘수도꼭지’물론 떨어진 물방울은 모아서 다시 쓸 테지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마치 침묵에 가미하는 향신료 같다는 생각이 신선합니다.너무 고요해서, 적막해서 우리는 홀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마침표처럼 꼭 잠근 문장보다는 말줄임표의 흘리는 의미 같은 소리,그런 배음에 안심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유 있는 청출어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굴비는 영광굴비입니다.특히 법성포에서 만들어지는데,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조기에법성포의 천일염과 해풍이 더해져최고의 맛을 자랑합니다.조기는 어디서나 잡히지만,그 재료가 특별한 환경과 정성을 만나탄생하는 것이 영광굴비입니다. 안동 간고등어도 마찬가지입니다.바다 없는 안동에서 탄생한 간고등어는영덕에서 잡은 고등어를 소금을 뿌려 옮기며상하지 않게 한 지혜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고등어는 짭조름하고깊은 풍미를 가진 별미가 되었습니다. 서해안 젓갈의 명가 강경도 예외가 아닙니다.군산 앞바다에서 잡은 재료가 금강을 따라강경으로 옮겨져, 정성과 기술로세상에 둘도 없는 젓갈로재탄생했습니다.  음식에서 재료는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하지만 재료만으로는 최고의 맛을 낼 수 없습니다.평범한 ..

東西古今 2025.01.06

날이 새면 집을 지으리라

히말라야산맥 아래, ‘할단새’라는전설의 새가 있다고 합니다. 날개에서 불을 뿜는 이 사나운 할단새도대설 무렵만은 눈보라에 갇혀 꼼짝 못 한다고 합니다.히말라야의 혹독한 추위가 몰리는 밤이 되면할단새는 떨면서 ‘날이 새면 꼭 집을 지으리라’라고굳게 마음먹지만, 따뜻한 낮에는 빈둥빈둥놀기만 합니다. 때로는 다른 새들의 둥지를 기웃거려 봅니다.하지만, 어떤 새들도 자신의 자리를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시 낮이 되면 즐기다가밤이 되면 추위에 떨며 목이 터져라 울면서굳게 마음먹고 또 다짐합니다. “내일은 반드시 둥지를 지어야지!”  ‘할단새’의 모습은 마치우리가 매일매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닮았습니다.우리는 많은 일들을 자주 내일로 미루고,그 다짐이 지나면 또다시 새로운 결심을세우며 살아갑니다. 우리..

東西古今 2025.01.05

작은 것을 관리하는 것

일 잘하는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습관은 과연 무엇일까.쓸데없는 비평, 파괴적인 말, 부정적 표현, 잘난 척하기,격한 감정, 반대 의견, 정보 독점, 인색한 칭찬, 남의 공 가로채기(중략),사과하지 않기, 경청하지 않기, 고마워하지 않기...- '쿨하게 사과하라' 중에서 -일은 잘하는데 인정받지 못하고, 성공도 하지 못하며,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그 이유를 살펴보면 두 가지로 나뉩니다.첫째는 알게 모르게 몸에 밴 교만한 모습이고,둘째는 무례한 말투입니다.사람은 높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습니다.오히려 발밑의 작은 돌부리에 걸려넘어집니다.마찬가지로, 사람의 호감과 비호감은큰 결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작은 말투, 작은 태도, 작은 습관에서 비롯됩니다.그래서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

東西古今 202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