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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9 /전병윤

겨울 나그네 9    /전병윤불빛 환한 그대 창가에설토화 꽃잎 쏟아지는 눈발온몸으로 받으며뜨거운 내 가슴남김없이 슬어 주던 밤지우려고,눈길을 가고 있습니다달빛 바래고밤도 하얗게 깊었는데백열등 촉수를 높이고잠을 쫓고 있는 지난날그림자마저 지워진 줄 알았는데장밋빛 붉던 그대 가슴속아직 난,해바라기로 살고 있습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07

수도꼭지

침묵은 부패하기 쉬운 질료다. 밀폐된 방안에 너무 오래 괴어 있으면 쉽게 상한다.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노모는 눅눅하고 퀴퀴한 침묵을 체질적으로 견디지 못한다.그래서 늘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헐겁게 잠가 놓는다. 똑똑똑똑···.반향을 남기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는 결코 소음이 아니다.노모가 식성에 맞게 침묵에 가미하는 일종의 향신료다.- 정희승, 수필 ‘수도꼭지’물론 떨어진 물방울은 모아서 다시 쓸 테지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마치 침묵에 가미하는 향신료 같다는 생각이 신선합니다.너무 고요해서, 적막해서 우리는 홀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마침표처럼 꼭 잠근 문장보다는 말줄임표의 흘리는 의미 같은 소리,그런 배음에 안심하는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