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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쥔다는 것. 그것도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이자 업적이다. 과거 백인 중상류층 중심의 보수적인 미국 영화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카데미는 다양한 국가와 주제를 이야기하는 세계적인 영화제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오스카는 세계 최고라는 의미를 담는다. 21세기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된, 작품상에 빛나는 주옥같은 영화들을 만나보자.
..맥조휘, 유의강 감독의 홍콩 영화 <무간도(無間道, 2002)>를 리메이크한 영화 <디파티드>. 미국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함께 감독, 편집, 각색상을 휩쓸며 아카데미를 제패했다. <디파티드>는 갱이 된 경찰, 경찰이 된 갱의 엇갈린 운명의 길을 이야기한다. 보스턴 남부 매사추세츠의 강력한 갱 두목(잭 니콜슨)은 소년기 아이(맷 데이먼)를 데려다 경찰 조직에 심는다. 반면, 경찰 요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갱의 무리에서 은밀히 첩자 활동을 한다. 두 조직은 고정 첩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영화의 절정에 가서야 두 첩자는 서로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디파티드>는 먼저 호화로운 출연진으로 눈길을 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등의 유명 배우들이 열연해 ‘할리우드식 무간도’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콜세지만의 화면 구성, 그리고 아카데미 음향 편집상을 수상했던 델카 스쿤메이커의 인상적인 음악은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영화는 40년의 세월 동안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던 스콜세지의 손에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 주었다. 이 작품이 그를 대표할 만한 영화는 못 된다는 평이 있기도 하지만, 스콜세지만의 스타일로 재탄생된 영화는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그리고 <첩혈쌍웅(牒血雙雄, 1989)> 등의 홍콩 뉴웨이브에 큰 영향을 끼친 그가 역으로 아시아 액션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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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제78회 아카데미 작품, 각본, 편집상을 석권한 <크래쉬>는 미국 개봉 시 평론가들 대부분에게서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또한,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를 다룬 작품이 최고의 상을 수상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영화는 산드라 블록, 맷 딜런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특별한 주인공 없이 15명의 삶이 서로 연관되고 충돌한다. 열다섯 인물의 8개의 충돌과 8개의 상처,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낸 기적은 관객들의 기대를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LA 교외의 한 도로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현장에 도착한 수사관 그레이엄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이야기는 서른여섯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지방검사 릭과 그의 아내 진. 멕시코 열쇠 수리공과 페르시아계 이민자, 한국인 중년 부부, 그리고 백인 경찰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사건과 연관된다. <크래쉬>의 폴 해기스 감독은 다민족국가인 미국 내 인종문제를 도발적이면서도 단호한 시각으로 그린다. 다양한 피부와 국적의 도시 LA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부딪힌 36시간은 인종에 기반한 서로의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실적인 묘사와 LA의 곳곳을 헤집는 감독의 시각은 솔직하고 담담하다.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이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었음을 말해준다. 작품에 출연한 여러 배우들의 재능과 용기 또한 영화를 빛나게 하는데,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영화는 지금처럼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2005년 제77회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 감독,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부문 4개를 석권한 <밀리언달러 베이비>.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고, 힐러리 스웽크와 모건 프리먼이 함께한 이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평론가들뿐 아니라 영화 팬들에게도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노령의 복싱 트레이너 프랭키 던(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복싱에 인생의 전부를 건 여인 매기 피츠제럴드(힐러리 스웽크)가 자신을 찾아온 순간 새로워진다. 강한 의지와 재능을 가진 매기이지만 정작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이다. 하나뿐인 친구 스크랩(모건 프리먼)의 격려와 매기의 순수한 열정에 설득당한 프랭키는 마지못해 그녀를 받아들인다. 아픈 과거를 지닌 이들은 인간적 교감을 나누며 상처와 고통을 함께한다. 뒤늦게 권투를 시작한 여성복서와 노령의 트레이너 사이의 신뢰와 우정은 우리에게 재미와 동시에 뜨거운 감동을 준다. 이스트우드에 의해 솜씨 있게 풀어진 아버지의 이야기는 소홀하기 쉬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스트우드와 스웽크, 프리먼의 명연기는 실제 인물들을 만난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모든 상품이 1센트에 판매되는 1센트 가게에서 백만 불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발견한다는 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허름한 곳에서 보물 같은 진귀한 것을 얻는다’라는 뜻이다. 영화 속 프랭키와 매기가 그랬듯 뜻밖의 장소에서 가족같이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행운이야말로 백만 불짜리임을 영화는 말한다.
..3년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서사적인 판타지 모험물 <반지의 제왕> 마지막편인 <왕의 귀환>은 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2년 연속(74회, 75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제76회 아카데미에서는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등 후보에 오른 모든 부문을 석권했다. 이는 역대 최다 부문 수상작인 <타이타닉>, <벤허>와 같은 기록이기도 하다. 21세기의 위대한 걸작이며, 흥행부분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던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은 전 세계인이 환호하는 영화다. 절대반지의 영원한 파괴를 위해 함께하는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그의 반지원정대. 승리의 순간에도 희생이 따르고, 많은 이들을 잃어가면서도 원정대는 사우론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 프로도가 임무를 달성할 수 있게 돕는다. 하나의 목표 아래 그들은 생애 가장 큰 전투를 치러 나간다. 스미골은 왜 골룸이 되었는지, 골룸의 진짜 모습, 거미 괴물 쉴롭, 아라곤과 아르웬의 사랑, 그리고 반지와 프로도의 마지막 운명이 3시간 20분에 걸쳐 모두 밝혀진다. 미국 개봉 시 평론가들은 전편들과 만찬가지로 만장일치의 압도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더욱이, 시리즈물의 3편이자 마지막편인 왕의 귀환 편은 후속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편들을 넘어서는 박수를 받았다. 고명한 판타지의 고전을 실사영화로 훌륭하게 만들어낸 이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앞지르며 영화사의 위대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제작진에게 7년, 관객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펼쳐졌던 반지의 제왕 모험은 마침내 정점에 이르러 아름다운 끝을 장식했다.
..영화 <시카고>는 감독 로브 마샬의 작품으로 공연과 영화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한 뮤지컬 영화이다. 제75회 아카데미에 13개 부문이나 노미네이트되었고, 작품상을 포함하여 여우조연, 미술, 의상, 음향, 편집상까지 총 6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스타들의 화려한 춤과 신나는 노래, 탄탄한 구성과 줄거리 그리고 쇼 비즈니스 세계 이면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영화 팬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연예계를 동경하는 주인공인 순진한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는 시카고의 화려한 삶에 끌린다. 쇼의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가 되고픈 록시는 우발적인 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한편 시카고 최고의 쇼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과 함께 언론을 이용하여 무죄 석방을 시도한다. 우연한 기회에 플린을 만나는 록시는 그를 고용하고, 벨마와 록시는 뒤바뀌는 인생을 살게 된다. 1927년에 연극 <작고 용감한 아가씨>가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시카고>의 출발이다. 다시 1942년 영화 <록시 하트>로 탄생하였고, 이 작품을 60년 만에 재탄생시킨 이는 바로 이제 갓 서른 살을 넘긴 마샬 감독이다. 연극계에서는 정평이 나 있지만, 영화감독으로서 데뷔한 것이나 다름없는 그가 한 편의 영화 <시카고>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는 실제와 상상을 교차하여 보여주고, 화려한 볼거리와 흥겨운 음악으로 뮤지컬과 영화의 앙상블을 이뤄냈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박진감 넘치는 선율. 영화는 도시 시카고를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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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를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한 수학천재가 자신의 병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1994년 노벨상을 받은 실존 인물인 학자 존 포브스 내쉬 주니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영화는 더욱 감동적이다. 1940년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에 시험도 보지 않고 장학생으로 입학한 한 천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는 수학과 새내기 존 내쉬(러셀 크로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두뇌를 가진 그는 수려한 외모를 갖고 있으며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있다. |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르며 승승장구 하던 그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자신의 수업을 듣던 여학생 알리샤(제니퍼 코넬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이후 그는 정신분열 증세에 시달리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는 2001년 최고의 영화로 주목될 만큼 평단과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색, 여우조연상으로 4관왕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영화로 유명한 론 하워드 감독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자신의 비극적 상황을 딛고 일어선 실제 천재의 이야기. <뷰티풀 마인드>는 한 천재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고독함,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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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시대 검투사를 소재로 한 제작비 1억 달러의 위대한 서사시 <글래디에이터>. 일찍이 사장된 장르로 취급받았던 로마 배경의 대작에 도전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열광적인 평단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고전적인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효과를 혼합하여 <벤허>에 필적할 만한 장관을 보여준 이 대작은 제73회 아카데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 남우주연, 의상, 음향효과, 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의 영광을 차지했다. 평화로운 ‘5현제 시대’가 막바지에 이른 서기 180년 로마.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아들처럼 친애하는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우)는 다뉴브 강가 전투에서 대승한다. 황태자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는 부친이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맡겨 공화정을 회복시킬 뜻을 밝히자 막사에서 부친을 살해한 뒤 막시무스의 가족을 살해한다. 결국 노예 검투사가 된 막시무스는 탁월한 실력으로 제국 최고의 스타로 부상하고, 코모두스가 피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복수의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안 코모두스는 죽음의 덫을 준비한다. 화려하고 웅대한 로마 시대극에 대해 미국 평론가들과 관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주연을 맡은 크로우의 연기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 영화로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2만 8천여 명의 엑스트라와 2,500점의 무기, 3,000벌의 갑옷과 3만 개의 진흙 벽돌 그리고 산을 하나 불태울 만큼의 공이 들어간 글래디에이터는 21세기 영화의 문을 활짝 연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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