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그림

[스크랩] 창세기 27장, 이사악의 축복을 받는 야곱

뚜르(Tours) 2007. 9. 13. 16:17

이사악의 축복을 받는 야곱




    리베라의 [이사악의 축복을 받는 야곱]. 1637,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Jusepe de Ribera (José de Ribera),Spain, Baroque, b.1591 - d.1652
    Jacob Receives Isaac's Blessing, 1637

    '내 아들의 냄새는 주님께서 복을 내리신  들의 냄새 같구나. 하느님께서는 하늘을 내려 주시리라. 땅을 기름지게 하시며 곡식과 술을 풍성하게 해 주시라라. 뭇 민족이 너를 섬기고 뭇 겨레가 네 앞에 무릎을 굻으리라. 너느 네 형제들의 지배자가 되고 네 어머니의 자식들은 네 앞에 무릎을 굻으리라.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에게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창세기 27 27~29)'

    에사오와 야곱은 여느 쌍등이와는 달리 닮은 데가 거의 없었다. 에사오는 태도는 거칠지만 정직한 젊은이였는데, 마치 곰과 같은 갈색이었다. 그의 팔은 강인했고 털도 많았다. 또한 말처럼 민첩했다. 그는 하루종일 광야에서 사냥하고 덫을 놓으며 지냈고, 들판의 짐승이나 새들과 함께 살았다.

    반면 야곱은 집에서 멀리 나가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는데, 그의 어머니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그의 버릇을 망쳐놓았다. 몸집이 큰 에사오는 시끄럽게 떠들어 대거나 낙타와 염소 냄새를 풍기면서 마굿간의 망아지들을 늘 집 안에 들여 왔기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에사오를 평범하며 세속적인 일에만 관심이 있는 아둔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곱은 예의 바르고 잘 웃어서 아주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야곱이 에사오보다 늦게 태어난 것을 유감으로 여겼다. 일찍 태어났다면 야곱이 아버지의 후계자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삭의 유산은 모두 촌뜨기 에사오에게 넘어갈 것이었다. 하지만 에사오는 훌릉한 양탄자나 가구를 싫어했고, 목장의 양치기와 다름없었으며, 부자로서 유명한 가문이 된다는 것도 아주 귀찮아 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었고 야곱은 차남이라는 미천한 처지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몸집이 크고 평범한 에사오는 유력 인사 중 하나로 멀리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레베카와 그녀의 아들 야곱의 음모, 즉 이 모자(母子)가 어떻게 형을 속여서 유산을 빼돌렸는가는 그다지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나머지 사건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꼭 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세한 것은 놔두도록 하겠다. 방금 말한 대로 에사오는 사냥꾼에다  양치기여서 대부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처럼 낙천적이었다. 그에게 인생이란 햇빛과 바람, 양떼처럼 그럭저럭 자기 앞가림을 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단순한 것이었다. 그는 학문적인 토론에는 관심이 없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었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셨다. 그리고 졸리면 잠을 잤다.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반면 야곱은 언제나 집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는 욕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를 원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형에게 속해 있는 것들을 얻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 드디어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에사오가 멀리 사냥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그는 늑대처럼 굶주렸는데, 마침 야곱이 부엌에서 팥죽을 쑤고 있었다.

    "조금만 먹자, 지금 당장!" 하며 에사오가 애걸했다. 야곱은 들은 척도 안했다.
    "나 배고프단 말이야. 팥죽 한 사발만 줘"라고 에사오가 또 말했다.
    "그러면 나한테 뭘 줄 건데?"라고 그의 동생이 물었다. 에사오는 "아무거나"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그 순간 먹을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하지 못했다.
    "나한테 장자의 권리를 모두 줄 수 있겠어?"
    "물론이지. 여기 가만히 앉아서 굻어죽게 생겼는데 그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죽 한 사발만 주면 내 권리를 모두 줄게."
    "맹세할 수 있어?"
    "뭐든지 맹세할게 ! 죽이나 좀 줘."


    불행히도 당시의 유대인들은 격식을 상당히 중요시했다. 젊은이들 간의 이러한 대화는 농담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나 약속할 수 있는 배고픈 사람들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라고 야곱은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이 일을고했다. 에사오가 죽 한 사발을 위해 자발적으로 장자권을 양도했다고 말이다. 이제 형식을 갖춘 승인서를 이사악에게서 받아내기만 하면 계약은 성사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도 곧 찾아왔다. 이사악은 사막의 유목민들 사이에는 흔한 질병인 시력 상실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므레 평원 지대에 가뭄이 계속되어 양떼를 이끌고 필리스티아 중심부로 좀더 이동하는 어려운 고비를 막 헤쳐 나왔을 때였다.

    필리스티아 사람들은 그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세대 전에 아브라함이 브엘세바 황야에 파놓았던 우물을 막아버렸다. 여행은 몹시 고되었고 고향 땅을 다시 보고 싶었던 이사악은 심신이 매우 피곤했다. 드디어 이사악은 헤브론으로 돌아왔다. 그는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평화로이 삶을 마감하기 위해 일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래서 장남 에사오를 불러 숲에 가서 사슴을 잡아 자신이 즐겨 먹는 구이를 해오라고 말했다. 그 후 에사오에게 축복을 내리고 법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줄 예정이었다. 에사오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활과 화살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 이야기를 엿들은 레베카는 야곱에게 달려갔다. "서둘러 !" 그녀는 야곱에게 속삭였다.
    "때가 됐다. 네 아버지가 요즘 아주 안 좋으시단다. 그래서 죽기 전에 에사오에게 축복을 내리고 싶어하셔. 오늘 주무시기 전에 말이야. 내가 너를 변장시켜서 아버지가 에사오라고 착각하게 해줄게. 그러면 아버지가 모든 것을 너에게 주실 거다. 바로 우리가 바라던 바가 아니냐."

    야곱은 이런 계획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자신은 피부도 곱고 목소리도 높은데, 어떻게 털북숭이 에서 흠내를 낸단 말인가? 그러나 레베카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간단해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고 그녀는 대답했다. 그녀는 서둘러 새끼 염소 두 마리를 죽이고 에사오의 방식대로 구이 요리를 했다. 그리고 죽은 동물의 거죽을 벗겨 야곱의 손과 팔에 두르게 하고 낡고 냄새 나는 에사오의 겉옷을 그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또한 야곱에게 퉁명스러운 어조로 이야기하고 에사오처럼 처신하라고 당부했다.

    이사악은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 그는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고, 에사오의 옷에서 언제나 풍기던 들판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장남의 강인하고 거친 팔도 만져 보았다. 식사를 끝낸 후, 그는 이 사기꾼에게 무릎을 꿇게하고 축복을 내리며 자신의 상속자로 지정했다. 야곱이 아버지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에사오가 돌아왔다. 그 다음 장면은 끔찍했다. 이미 축복은 내려졌고 이사악은 자기 말을 번복할 수 없었다. 그는 에사오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야곱이 도둑처럼 형의 모든 것을 훔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에사오는 길길이 뛰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야곱을 죽이겠노라고 맹세했다. 에사오가 분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마마보이 야곱이 도저히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던 레베카는 몹시 두려워했다. 그녀는 야곱에게 자신의 오빠 라반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 동쪽으로 도망치라고 말했다. 여기 일이 진정될 때까지 그곳에 머무르면서 사촌과 결혼하여 숙부네 사람들 사이에서 정착하면 될 것이었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1악장
출처 : 예뜰마당
글쓴이 : 사랑 은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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