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세상
의회에 참석했던 처칠이 급한 볼일로 화장실엘 갔습니다.
마침 걸핏하면 그를 물고 늘어지는 노동당수가 먼저 와서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처칠은 그를 피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섰습니다.
노동당수가 “총리, 왜 날 그렇게 피하시오?”하고 물었습니다.
처칠은 “당신네들은 큰 것만 보면 무조건 국유화해야 한다고 하잖소”
하고 대꾸했습니다.
정계에서 은퇴한 후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던 처칠이 어느 날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한 부인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짓궂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어요! 어떻게 해결하실 거죠?”
처칠은 짐짓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렸다고 밖으로 나오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딱딱해 보이는 ‘철의 여인’ 대처 총리도 수많은 남자들과
함께 한 만찬장을 조크 한 마디로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홰를 치며 우는 건 수탉일지 몰라도 알을 낳는 건 암탉입니다.”
1984년 대통령으로 재선에 도전한 레이건은 73세의 고령이
시빗거리였습니다.
경쟁자인 먼데일 민주당 후보가 TV 토론에서 이 문제를 건드렸습니다.
먼데일-“대통령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레이건-“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먼데일-“그게 무슨 뜻입니까?”
레이건-“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먼데일은 나이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인 링컨은 사실 그렇게 호감이
가는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의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링컨에게 악의적인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링컨이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링컨의 대꾸가 걸작이었습니다.
“만밀 나에게 두 얼굴이 있었다면 왜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유머의 바탕에는 세상과 사람을 보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몰상식하게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는 여유와
아량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큰 깨우침과 감동을 주는 것이
유머입니다. 남을 깎아내리거나 우스개로 만드는 천박한 말장난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유머가 즐거운 파티장소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닙니다.
지나친 긴장, 부정적인 상황, 비극적인 분위기를 한 방에 바꿔놓는 게
바로 유머의 위력입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우리 정치권에선 눈만 뜨면 거칠고 원색적인
입씨름이 벌어집니다. 같은 정파 안에서도 세를 다투느라 감정의
여과없이 뱉어내는 언사가 감당키 어려운 파열음을 내기도 합니다.
곱상하게 생긴 여성 정치인들의 입에서조차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직격포탄이 험한 세상을 실감케 합니다.
우리 사회엔 유머가 아직도 사치일까요.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보다는 남의 흠을 들추고
깎아내리기에 바쁩니다.
나라와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커녕 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알고 이야기하는 인물도 귀한 듯합니다.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는 대선 때마다 서글프게도 우리의 피폐해진
말씨와 심성을, 우리 사회가 가진 인물의 크기를 통절히
확인하게 됩니다.
자신과 상대에 대해 좀 더 여유로운 생각과 언행을 갖도록
교육하는 특목고라도 만들어야 할까요.
차라리 좀 어눌해도 큰 가슴과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평가받는
사회가 아쉽습니다. 그런 사람과 사회를 가정에서 찾아야 할지,
학교에서 찾아야 할지, 우리는 방법조차 모른 채 허둥대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방석순 / 자유칼럼
♬배경음악:아름다운 모닝 라운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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