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엄마 걱정

뚜르(Tours) 2008. 2. 17. 22:22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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