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생명을 마친 후에, 육체는 각종 장의적(葬儀的) 절차에 따라서 없어지지만, 영혼은 육체를 떠나 단독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예기(禮記)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무릇 천지의 사이에 태어나는 자는 모두 이름 지어 명(命)이라 한다. 그 만물로서 죽은 자는 모두 이름 하여 절(折)이라 한다. 사람으로 죽은 자는 귀(鬼)라 한다.]
사람이 죽은 후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며, 이 영혼은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영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그에 의지하려 하며, 사람의 생활과 사회관계를 환상적 귀신세계에 부가시킴으로써 그에 의탁하여 각종 예배 활동을 하는데 초혼, 상장의식, 조상제사 등이라는 것이다.
중국 고대인들은 영혼의 불사(不死)에 관하여 우선 귀(鬼)의 정체를 여러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고대인들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붙어있는 영혼과 사람이 죽은 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영혼을 구별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붙어있는 영혼은 두 종류가 있는데, 즉 귀(鬼)와 백(魄)이다. 혼(魂)은 사람의 정신에 붙어 있어서 정신활동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고, 백(魄)은 사람의 육체에 붙어 있어서 육체적 활동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이 혼백(魂魄)은 사람이 죽으면 정신과 육체를 떠나는 것이다.
여기서는 사람이 죽으면 혼(魂)과 백(魄)이 나뉘어지는 것으로 보고 혼백이 가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족이 지붕 위로 올라가서 하늘을 보고 혼이 돌아오도록 소리쳐 부르고, 그래도 깨어나지 않으면 입 속에 생쌀을 넣고, 입관 시에 익은 고기를 영혼에게 바친 후 체혼(體魂), 즉 육신을 땅에 매장하도록 권하고 있는 것이다.
[예기에서도 혼기(魂氣)는 하늘로 돌아가고, 형백(形魄)은 땅으로 돌아간다.]
이 관점에서 보면 단지 혼(魂)만이 귀신(鬼神)으로 변하여 죽지 않고, 백(魄)은 육신의 소실에 따라서 소멸된다. 그러면 소멸되지 않는 귀혼(鬼魂)은 사람이 죽으면 어디에서 머물며, 어떻게 생활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겼는데, 고대인들은 당시의 생활에서 그 답을 찾았다. 즉 씨족이 집단으로 생활하던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죽은 씨족구성원의 귀혼(鬼魂)은 어둠 속에서 씨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사자(死者)를 씨족이 생활하던 구역 내에 매장했다. 그러나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된 뒤에는 귀혼의 세계 역시 계급으로 나뉘어져 어떤 귀혼은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되고, 어떤 귀혼은 음지에서 생활하며, 어떤 귀혼은 세상에서 머물 곳을 찾지 못하여 유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창덕 신부의 ‘位格的 天思想의 來愿과 그 含意’ 옮김)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시아 왕가의 몰락 (0) | 2008.05.10 |
---|---|
[스크랩] 한자옥편(漢字玉篇) (0) | 2008.03.24 |
주자십회(朱子十悔)<펌> (0) | 2008.02.29 |
우리말 속담 1144 가지 (0) | 2008.02.18 |
무너진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 (0) | 2008.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