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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매매
옛날에 아기 못 낳는 부잣집 앞에 강보에 싸서 두고 간 갓난아기를 '업둥이'라고 했다. 인과관계를 뜻하는 '업(業)'에서 나온 말이다. 집안을 지키고 복을 불러온다는 업구렁이나 업두꺼비처럼 영물(靈物)이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아기를 받은 집은 정성 들여 키워 아들이면 가통을 잇게 하고 딸이면 좋은 가문에 시집보냈다. 가난한 집에서 아기를 유복한 집 개구멍으로 몰래 밀어넣는 일도 많았는데 그런 아기는 '개구멍받이'라고 했다.
▶ 12세기 중세 유럽에서도 가난에 찌든 부부가 아기를 버려 숨지게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교황 인노센트 3세가 모든 교회에 '아기 상자(baby hatch)'를 설치하게 하고 업둥이들을 키우게 했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혼외에 둔 자녀 5명을 아기상자에 버렸다고 '고백록'에 썼다.
▶ 세계적으로 19세기 이후 뜸했던 기아(棄兒)가 20세기 말부터 늘더니 요즘 부쩍 잦아졌다. 인터넷을 통한 '신생아 매매'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콜롬비아에서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548달러에 할부로 판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떠 남미가 발칵 뒤집혔다. 1자녀로 출산을 제한하고 둘째나 셋째를 낳으면 700만원 넘는 벌금을 물리는 중국에서도 아기 매매가 횡행한다. 최근 구이저우(貴州)성에서만 여자 아기 80명이 3000달러씩에 해외로 팔려나갔다고 한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 그제 낳은 지 사흘 된 아기를 200만원을 받고 판 2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로부터 아기를 넘겨받아 460만원에 되판 중개인과 아기를 산 불임 30대 여성도 입건됐다. 1년간 동거하던 20대 무직 부부는 병원비와 양육비를 고민하다 인터넷 '입양카페'를 통해 아기를 팔게 됐다고 한다. 인터넷엔 '상품'으로 나온 아기들의 사진과 혈액형 같은 정보가 떠돈다. 아기를 팔기로 한 미혼모의 출산일에 맞춰 양부모가 같은 산부인과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 아기 매매는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일부 부모가 그렇게 해서라도 아기를 얻으려는 데엔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출생신고부터 자기 아기로 올려 입양 기록을 일절 남기지 않은 채 그야말로 '내 아기'로 키워보겠다는 뜻이다. 정상적 입양 절차를 거치는 게 번거롭고 상당기간 기다려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아기 매매 수요를 없애려면 현행 입양 절차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김홍진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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