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시비(侍婢)인들 못주랴?

뚜르(Tours) 2009. 11. 29. 10:32

한나라 효문제(孝文帝)때 원앙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오나라에서 정승을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그를 모시며 시종하는 사람 중 하나가 그의 시비(侍婢)를 몰래 사랑하였다.
원앙은 이 일을 알고 난 다음에도 내색하지 않고 그를 전과 다름없이 대우하였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시종에게 주인이 그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시종은 두려워 달아났다.
원앙은 그 일을 알고는 몸소 뒤쫓아가 그를 잡아와 시비를 그에게 주었을 뿐 아니라
계급까지 높여 종사(從史)로 삼았다.

뒤에 원앙은 한실(漢實)에서 중임을 맡다가 사신이 되어 오나라에 파견되었다.
한실과 오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터라 오에서는 그를 포로로 잡아두고 감시하였다.
그런데 일이 공교롭게 되느라고 그를 감시하는 교위사마(校尉司馬)는 원앙이 전에 종사로 삼았던 그 사람이었다.

때는 추운 겨울이어서 원앙을 지키는 사졸들은 춥고 배고파하였다.
교위사마는 자기의 소지품을 모두 팔아 술을 사다 사졸들을 대접하였다.
사졸들이 술에 취해 쓰러져 누워 있을 때 사마가 와서 원앙에게 말하였다.

 “어서 달아나십시오. 오왕이 내일 아침에 군을 죽이려 합니다.”

원앙이 믿기지 않아 반문하였다.

 “당신이 누구길래 그런 말을 전해주는 거요?”

 “저를 모르십니까?  전에 군의 시비와 죄를 지었던 자입니다.”

원앙이 사양하여 말하였다.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대에게도 아버지가 계신다.
나는 그대와 함께 도망친다 하더라도 그대의 아버지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 아닌가?
나로 하여 그대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

사마가 말하였다.

 “그 일은 염려 마십시오. 제 아버지와 함께 피신하면 될 게 아닙니까?”

원앙은 그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김정빈 지음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