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송대관 '해 뜰 날'

뚜르(Tours) 2009. 12. 22. 09:55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한 시골 청년이 있었다.
집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음악을 배운 적도 없고
연예계의 연줄도 없었기에 별로 특별하지 않은 그를 가수로 키우겠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매일 아침 음반회사로 가서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사무실을 깨끗이 치우곤 했다.
음반회사 직원들은 며칠 하다가 그만 두겠지 하고 누구도 신경을 쓰지않았지만
청년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사무실 청소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음반회사 부장이 청년을 불렀다.

"새롭게 받은 건전가요가 한 곡 있는데 마땅한 가수가 없네.
자네가 한번 불러볼텐가?"

건전가요란 1970년대에 국민 정서의 순화를 목적으로
어떤 음반에나 한 곡씩 의무적으로 수록하던 노래로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가수들은 잘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네, 시켜만 주십시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록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청년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했고
그가 부른 노래는 선배 가수의 음반에 수록되어 세상에 선을 보였다.
그리고 얼마후 그가 부른 경쾌한 곡조와 희망찬 노랫말의 건전가요는
관공서와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아침마다 틀어 주는 지정곡이 되었다.
곧 청년은 인기가수가 되었고 그 해 10대 가수로 선정되었다.
가수는 다름 아닌 송대관, 그 노래는 "해 뜰 날"이었다.

           권은아 지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