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PGA 최우수선수' 신지애를 키운 아버지 신제섭씨의 '조련기' ①
고1때 처음 멀쩡한 클럽…
체력훈련 오죽 시켰으면 반에서 2등 키가 그대로…
신지애(21·미래에셋)는 2009년 세계 여자골프의 얼굴이다. 1점 차로 아쉽게 ‘올해의 선수상’을 오초아에게 뺏겼지만, 미국 LPGA투어 데뷔 첫해에 상금왕 등 3관왕에 오르며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골프기자협회(GWAA)는 오초아 대신 신지애를 LPGA 최우수선수에 선정하기도 했다. 신지애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신데렐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골프 대디’ 신제섭(50)씨가 신지애의 21년을 담은 책을 내년 초 출간한다. 신지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이 책의 원고를 발췌, 정리했다.
■45만원짜리 중고 골프채로 시작
- ▲ 신지애는 어릴 적 수줍음을 잘 타고 유순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내성적이던 신지 애는 골프를 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기 시작한다./신지애 선수 가족 제공
"아저씨, 아저씨. 클럽 저(에게) 주시면 안 돼요? 제가 나중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클럽 사 드릴게요."
신지애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4년 4월 무안CC. 친구와 함께 딸 신지애를 데리고 연습라운드를 돌던 아버지 신제섭씨는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니 얘가 왜 이래? 남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아이가….' 세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래. 정말 이 클럽 주면 나중에 세계에서 제일 좋은 클럽 사주는 거지." 신씨의 친구 오형철씨는 한 달 전에 큰 마음 먹고 산 일제 클럽을 통째로 내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지애에게 난생처음 새 골프클럽이 생기는 순간이었다고 신제섭씨는 원고에 썼다. 신지애는 이 클럽에 당시 도움을 주던 MFS사의 오렌지 샤프트를 끼고 경희대 총장배에 출전해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했다. 신지애가 처음 사용한 클럽은 45만원짜리 중고 골프채였다. 5번 아이언까지밖에 없는 '왕도' 아이언에 일제 중고 드라이버를 사 구색을 갖췄는데, 고1 때야 제대로 된 클럽이 생긴 것이다.
■500만원이 골프 종자돈
신제섭씨는 원고에서 가난했던 형편에 대해 많이 쓰고 있다. "자꾸 어렵게 살아왔던 이야기만 쓰자니 쑥스럽지만, 사실이 그랬고 주변에서 도와준 많은 분이 있었기에 오늘의 지애가 있는 것"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신지애가 처음 골프를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 당시 아버지 신씨는 전남 영광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 일을 하며 한 달 사례비(월급)로 80만원을 받았다. 신씨는 "당시 총 재산은 1500만원이 전부였는데, 지애 엄마에게 지애 골프 시키게 500만원만 달라고 했다. 이 돈이 지애를 가르치는 종자돈이 된 것"이라고 했다. 골프 연습은 광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던 친구의 도움으로 공짜로 시켰고, 신지애의 첫 스승인 하경종 프로에게 '평생 레슨비'로 100만원을 줬고, 45만원으로 중고 골프채를 샀다고 한다.
"지애는 골프장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곤 했는데 당시 식대가 3000원 정도였다…. 체력 때문에 장어를 한번 먹이고 싶었는데, 호주머니에는 1인분 돈밖에 없었다…. 아빠는 화장실 갔다 올 테니 혼자 장어 1인분을 시켜먹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장어가 나와 지애가 먹을 때쯤 식당에 들어가 앉아서 나는 밑반찬과 장어 뼈 등을 먹은 적도 있었다."
- ▲ 신지애가 프로로 전향한 2005년 겨울부터 아버지 신제섭씨는 딸의 캐디로 나섰다. 모두 6승을 함께했다. 하지만 2007년 여름 서경오픈 2라운드에서 신지애는 내리막 짧은 어프로치 상황에서 공을 굴리지 않고 띄우려다 실수를 했다.“ 홀까지 거리가 얼마 안 남았을 때는 공을 띄워야 한다는 아빠의 말씀이 생각나서 그랬다”는 딸 이야기를 듣고, 신씨는 그날로 골프백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딸이 자신의 플레이를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신지애 선수 가족 제공
■"체력훈련 너무 시켜 키가 안 커"
신제섭씨는 "지금 지애의 키는 155㎝로 매우 단신이다. 하지만 지애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는 153㎝로 자기 학급에서 두 번째로 키 큰 아이였다. 체력훈련을 너무 강하게 시켜서인지 키가 크지 않았다"며 딸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광주 연습장 앞 20층 높이의 아파트를 매일 7번씩 오르내리게 했다. 20층 계단을 뛰고 오면 바로 옆 중학교 운동장을 10바퀴 달리게 했다… .연습장 주차장 모래더미를 해머로 내려치게 했다. 영광에서 광주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에 악력기 양손 200번과 아령 3㎏짜리로 손목운동 200번씩을 하게 했다…. 헌 아이언으로 운동장 땅파기도 시켰다. 약 10m 정도의 선을 그려놓고, 그 선 앞 약 3cm 부분을 아이언으로 스윙하면서 파내는 것이었다. 10m 정도면 약 100번 정도 스윙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신지애가 정확한 임팩트를 하게 된 비결인 것 같다." 한번은 신제섭씨가 교회 일로 연습장을 떠나 있는데, 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아빠, 저 힘든데 잠깐만 쉬고 하면 안 될까요?" 그만큼 신지애는 힘든 체력훈련에도 꾀를 부리지 않았다고 신씨는 썼다.
신지애의 쇼트게임 훈련법도 신씨는 소개했다. 2003년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는 마지막 날 3타차 선두로 나가다 최나연에게 역전을 당해서 준우승했을 때였다. "급한 것은 쇼트게임과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 샷이었다. 무안CC에서 2시간 이상 어프로치 샷을 추가로 연습했다. 골프화 가방 2개에 연습볼 100개 이상을 담아 보조 그린 주변에 쫙 깔았다. 하루에 1000번 이상 연습을 했다….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는 중3 때 영광원자력발전소 사택 연습장에서 30m부터 120m까지 10m 단위로 한 박스(85개)씩 치게 했다."
"이런 연습을 약 한 달 가까이 했을 때 지애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2003년 11월 8일. 나와 지애의 인생, 골프, 모든 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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