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간단히 말하면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리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로마 귀족들의 절제된 행동과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적 생활은 평민들에게 귀감을 주었으며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은 국가에 재산을 헌납했고 솔선수범하여 전장에 나가 피를 흘리며 싸우는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2차 대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의 큰아들은 고도 근시에 위궤양으로 위를 절반이나 잘라낸 사람이었지만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였다. 그가 근무하던 제2기습대대가 마킨 제도의 일본군 기지를 기습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대대장은 부대대장이었던 루스벨트 소령을 불러 ‘만약 현직대통령의 아들인 귀관이 일본군의 포로가 되거나 전사하거나 하면 일본군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전쟁에 이용할 것이므로 작전에서 제외 하겠다‘고 통보했다. 소령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여 아버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통령 루스벨트는 해군참모총장에게 ‘내 아들은 제2기습대대의 장교다. 내 아들이 위험한 특공작전에 가지 않는다면 누가 그 작전에 가겠는가?‘ 하며 아들 루스벨트 소령을 마킨 제도 특공작전에 참가시킬 것을 지시했다. 소령은 작전에 참가하였고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네 아들은 모두 이렇게 2차 대전에 참전하였다.
또 한 사람 생각이 난다. 밴 플리트 장군이다.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밴 플리트 장군의 흉상이 있다. 오늘날 한미우호관계에 공헌이 큰 사람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밴 플리트 상이다. 왜 그럴까? 6.25 한국전쟁 당시 밴플리트장군의 외아들은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을 하였고 작전수행 중 행방 불명 되고 공군은 장군의 아들을 찾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다했지만 끝내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실종 파일럿의 정규 수색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 때 장군이 전화를 했다. ’이제 정규 수색시간이 끝났으니 더 이상의 특별한 수색이나 구조 활동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해온 것이었다. 모든 병사들이 최전선에서 죽음과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아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외아들을 잃고서도 한국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장군의 마음과 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리기 위해서 우리들은 그의 흉상을 세웠고 밴플리트상을 만들었다.
미국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 또한 미국을 지탱하게 하는 전통적 정신이다. 세계적인 부자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재산 2/3를 부인의 이름을 딴 멜린다자선재단에 흔쾌히 기부를 하였고 이에 질세라 워렌 버핏이 그의 재산 90%를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 수도 있으련만 그러지를 않고 멜린다자선재단에 맡긴 것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발상이요,행동이다.
이렇게 지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이바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많이 아는 것을 나누고 많이 가진 것 만큼 그것을 나눌 때 존경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박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