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처리할 때 완급(緩急)이라는 것이 있다.
밥을 지으려고 물에 담가 놓은 쌀마저 건져 가지고 떠난다는 뜻으로
급히 떠나거나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흔연히 떠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맹자 만장장구(孟子 萬章章句) 하편(下篇)과 진심장구(盡心章句) 하편(下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유가(儒家)의 창시자 공자(孔子)는 뜻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노나라 임금이 중용하여 등용해 주지 않아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공자는 나이 50에 노나라를 떠나 천하의 여러 나라를 철환(轍環:수레를 타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님))하였는데, 고국인 노나라를 떠날 때 그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발걸음이 몹시 무거웠다.
그러나 그가 제나라에 가서는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무런 주저도 없이 흔연히 떠나 버렸다.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훗날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자가 제나라를 떠날 때는 물에 담가 둔 쌀마저 건져 가지고 떠났다.”(접석이행:接淅而行)
또 조국인 노(魯)나라를 떠날 때는 “내 발걸음이여 이렇게 더디고 더딘가.”라고 했으니, 이것이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인 것’이다.
「공자거제 접석이행 거노왈 지지오행야 거부모국지도야(孔子去齊 接淅而行 去魯曰 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맹자는 ‘공자가 나라를 떠나면서도 빨리 할 필요가 있으면 빨리 떠나고(접석이행:接淅而行),’ ‘더디게 떠날 필요가 있으면 늦출 줄 알았다(지지오행야:遲遲吾行也)’고 지적 했다.
또 맹자(孟子)가 공자(孔子)를 비유하여 평가하기를
「백이(伯夷)」는 “성인 중의 맑은 사람(성지청자:聖之淸者)이고”
「이윤(伊尹)」은 “성인 중의 맡길 만한 사람(성지임자:聖之任者)이며,”
「유하혜(柳下惠)」는 “성인 중의 조화를 이룬 사람 (성지화자)聖之和者”인데 비해
「공자」는 “성인 중에 때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 (성지시자:聖之時者)”이라고 각 각 비교했다.
우리가 일상으로 생활하는 것 중에는 일을 처리할 때 완급(緩急)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시대에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 시국은 무엇보다 민생구제(民生救濟)가 으뜸이다.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할 수 없다.
가난한 그들에게 두 손 놓고 앉아 있게 하고서 배불리 먹여주는 일은 누구도 할 수 없다.
굶지 않는 최소한의 방편과 방법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다음은 점진적으로 길을 열어주면 그들이 알아서 자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이 시대 정가(政家)의 사람들은 네 탓, 내 편, 네 편을 따질 때가 아니다.
당신네들이 남 탓을 논하면 자기기만(自己欺瞞)이다.
당신네들은 개개인이 정치적으로 완벽한 독립성을 가진 정치주체(政治主體)이기에 전부 내 탓인 것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선진(先進)들이 남겨 놓은 비열하고 추악한 진흙 밭을 하루 속히 벗어나 만민이 화합하고 평화로운 나라 건설을 위한 접석이행(接淅而行)에 앞장서야 할 때이기도 하다.
우성영 / 시인 한국공간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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