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이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어루만져 본 것만 가지고 태양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논하거나 말하지 말라는 것을 빗댄 한자성어이다.
군맹무상(群盲撫象)과 뜻이 통한다.
소동파(蘇東坡)〈일유(日喩)〉에서 유래하였다.
북송(北宋) 때의 시인 소동파 시대에 태어나면서 장님인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태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어떤 사람에게 물으니, 구리 쟁반처럼 생겼다고 대답하였다.
소경은 집으로 돌아와 구리쟁반을 두드려 보고 그 소리를 기억해 두었다.
다른 날 길을 가다가 종소리를 듣고는 쟁반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자 종소리를 태양이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어떤 이가 ‘태양은 소리가 난 것이 아니라 촛불처럼 빛을 낸다고 하자, 손으로 초를 어루만져 보고는 그 생김새를 기억해 두었다.
뒷날 우연히 피리를 만져보고는 초와 생김새가 비슷했으므로 이번에는 피리를 태양이라고 하였다.
<구반문촉(毆槃文燭)>이란 말은 이 우화에서 생겼다.
장님은 태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남의 말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쟁반과 종과 초를 태양으로 단정하였다.
하지만 이 셋은 태양의 실체와는 전혀 다르다.
사람들이 들으면 배꼽 잡고 웃을 일인데도, 장님은 이를 태연하게 진리처럼 말을 했다는 것이다.
범인(凡人)은 모든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북송열반경(北宋涅槃經) 사자후보살품(獅子吼菩薩品)>편에 수록되어 있는 말 중에
어느 왕이 대신에게 말하기를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맹인에게 보여라 하였다.
맹인들이 각자 손으로 만져 보았다.
왕이 맹인들을 불러 모아 묻기로 그대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무엇과 비슷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장님들 중에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의 모양이 야채인 ‘무’와 비슷하다 하였고, 귀를 만져 본 사람은 곡식의 낱알을 분리하는 ‘키’와 같다고 하였고,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와 같다 하였고,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과 같다 하였고, 배를 만져본 사람은 ‘독’과 같다 하였고, 꼬리를 만져 본 사람은 ‘새끼줄’과 같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남의 말만 곧이듣고 자기 나름대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그것이 마치 사실이나 진리인 듯 여겨 어리석음을 자초하지 말라고 경계하는 한자성어가 바로 구반문촉이다.
섣부른 판단, 잘못된 판단, 불확실한 일, 맹목적인 믿음 등이 모두 경계 대상에 포함된다.
군맹모상(群盲摸象)·군맹무상(群盲撫象)·군맹평상(群盲評象)·맹인모상(盲人摸象)도 같은 뜻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맹(群盲)이라는 말은 코끼리를 만져본 장님들에 비유되는 어리석은 중생들을 일컫는다.
이 이야기에서 코끼리는 부처님이고 중맹(衆盲)은 어리석은 중생(衆生)을 비유한 것이다.
어리석은 중생들은 자신들이 만져 본 부위가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다 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부처님을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즉 각각 부처님이 따로 계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높은 학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사회현상과 정치상황을 판단하려는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의 잘못된 판단과 선동을 우려하는 교훈이다.
이는 마치 자기집안의 가통(家統)과 가풍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남의 제사에 밤 놔라 배추 놔라 한다’는 속담(俗談)과 다를 바 없음이다.
우성영 박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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