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광동진(和光同塵)
빛을 감추고 속진(俗塵)에 섞이다.
자신의 뛰어난 덕성을 나타내지 않고 세속을 따른다는 뜻이다.
속세의 티끌과 같이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덕(智德)과 재기(才氣)를 감추고 세속에 따름을 이르는 말.
불가(佛家)에서는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그 본색을 숨기고 인간계(人間界)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노자(老子)> 56장에 ‘자기의 지혜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인과 어울려 지내면서 참된 자아를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 하였다.
이는 '참으로 아는 사람은 그 앎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앎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진정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정한 앎이 있는 사람은 그 이목구비(감각기관)를 틀어막고, 지혜의 문을 닫으며, 지혜의 날카로움을 꺾고, 지혜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을 푼다.
지혜의 빛을 늦추기도 하고 속세의 온갖 티끌과 하나가 되는 것이니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화광동진이란 말이 비롯되었으며, ‘도(道)는 언제나 무위(無爲)하면서도 무위함이 아니다’라고 말한 노자(老子)의 도가사상(道家思想)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화광동진(和光同塵)’과 ’현동(玄同)’이라고 볼 수 있다.
불가사상(佛家思想)에서도 불보살이 중생을 깨우치기 위하여 속인들 사이에 태어나 중생과 인연을 맺고 중생과 더불어 살면서 중생을 불법으로 인도한다고 말하였다.
원효대사가 속세에서 화광동진(和光同塵) 하면서 중생을 구제한 일화도 이에 해당된다.
화랑도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여 교화 중생을 위하여, 유학(儒學)의 충효신의 무의무언지교와, 노자(老子)의 충기이위화(沖氣以爲和)하는 선교(仙敎)와, 불가(佛家)의 자비덕행하는 석가의 불도를 다 같이 수련하여 화광동진(和光同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나라의 정판교(鄭板橋)라는 사람은 ‘난득호도(難得糊塗)’를 삶의 철학으로 삼았다.
난득호도라는 말은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며 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쓴 시(詩)에서
‘총명해 보이기도 어렵지만(聰明難:총명란)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어렵다.(糊塗難:호도란)
그러나 총명한데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유총명이전입호도갱란)
내 고집을 내려놓고 일보 뒤로 물러나면(放一着退一步:방일착퇴일보)
하는 일마다 마음이 편할 것이다.(當下心安:당하심안)
이렇게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非圖後來福報也:비도후래복보야)
라고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의미를 설파하였다.
특히 불가(佛家)에서는 속세에 살면서도 번뇌에 물들지 않으며 항상 열반의 도를 수행하는 원력수생(願力受生)의 실천도 대승보살의 정신을 실행하려는 일종의 화광동진행(和光同塵行)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아진다.
오늘날 도시 포교에 나선 각 종교지도자들은 이 부분을 꼭 이행해야 하리라.
티끌먼지 속에 허덕이는 불쌍한 대중들에게 각자 그들의 신에게 열심히 기도하면 부자가 되어 잘 산다는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선동에서 벗어나 신과 선지자의 참뜻을 왜곡시키지 말고, 세상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중생의 욕구에 따른 방편법을 베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총명한 혜안을 가진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 총명을 조절해서 세속의 눈높이에 맞추고 사는 ‘화광동진’의 철학을 지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세상의 타락한 먼지 속에서 황금덩어리 같이 빛나고 흡족한 마음의 양식을 찾아 중생에게 베푸는 일들을 해야 한다.
종교인들이 언행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자기기만과 사리사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특히 사회의 지도자나 각계 종파의 종교지도자들이 말로만 화광동진(和光同塵)을 외치기만 하는 것은 양(羊)의 탈을 쓴 늑대에 비견되리라.
동암 우성영 박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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