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쿡의 호주대륙 발견 후, 영국 정부는 호주를 중죄수 추방용 유형지로 삼았다.
1788년 1월 호주 초대 총독으로 임명된 아서 필립이 이끄는 선단 11척이,
죄수 732명을 포함한 1373명을 싣고 시드니 항구에 상륙했다.
죄수들은 형기를 마치면 자유인이 되는 조건으로 호주행을 선택했는데, 상당수가 오랜 항해 도중 사망했다.
1790년부터 3년간 죄수 4082명 중 498명이 죽었고, 424명 중 158명이 죽어나가는 배도 있었다.
정부는 죄수들의 처우 개선과 자비롭고 신앙심 깊은 선장 선발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영국 정부의 묘안은 ’인센티브 제공’이었다.
선장에게 주는 죄수 호송비의 지급 기준을 기존의 ’죄수 1인당 지급’에서 ’살아서 도착한 죄수 1인당 지급’으로 바꿨다.
죄수들이 살아서 도착해야 약속된 운임을 받을 수 있게 된 선장들은 죄수들의 건강을 신경 썼다.
그 결과 1793년 배 세 척이 죄수 422명을 이송했는데 사망자는 한 명뿐이었다.
이후 영국은 죄수 약 16만명을 비교적 안전하게 호주로 보냈다.
이타심이 아닌 돈을 벌려는 이기심이 죄수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인간이란 자기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군주론’17장)
이기심은 모든 생물의 기본적 본능이다.
생명체로서 인간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이기심은 그 과정의 중심에 있고, 인간이 만든 조직도 마찬가지 속성을 갖는다.
인간의 이기심을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개인의 관념과는 무관하게 이기심은 자연법칙으로 존재한다.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심의 실체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상호 이익 추구 구조로 만들어 조직을 발전시키는 역량이다.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애벌레와 비슷하다.
사람은 뱀을 보면 놀라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어부는 장어를 손으로 움켜쥐고 아낙네는 누에를 주워 담는다.
이익이 있는 곳에서는 모두 맹분(孟賁)이나 전저(專藷)처럼 용감무쌍한 장수로 변한다."(’한비자’)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며,
관 짜는 사람은 사람들이 일찍 죽기를 바란다.
사람을 사랑하거나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다.
합리적 이기심은 상호 이익 구조의 이타심까지 확산하는 동력이지만,
당위적 이타심은 건전한 이기심을 부정해 공동체를 갈등과 반목으로 이끌고 파괴하는 역설이 종종 발생한다.
현실을 산다는 것은 이기심을 추구하면서 이타심의 여백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타적 삶은 숭고하지만, 이기적 인간은 엄연한 현실임을 마키아벨리는 갈파했다.
경제학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도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생각 덕분이다"고 했다.
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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