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사순 제4주간 화요일)
말씀의 초대
에제키엘은 환시를 통하여 주님의 집인 성전 오른쪽에서 솟아 흐르는 물을 본
다. 그 물은 건널 수 없을 만큼 큰 강이 되었고, 바다로 흘러들어 바닷물이 되살
아나게 한다(제1독서). 벳자타라는 못 가장자리에 는 그 못물이 출렁일 때 들어
가면 치유된다는 믿음으로 많은 병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거기에 있는 움직이
지 못하는 병자 하나를 예수님께서 치유해 주신다. 이 치유의 날이 안식일이었
기에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박해하기 시작한다(복음).
제1독서
그 무렵 천사가 나를 데리고 주님의 집 어귀로 돌아갔다. 이 주님의 집 정면
은 동쪽으로 나 있었는데, 주님의 집 문지방 밑에서 물이 솟아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주님의 집 오른쪽 밑에서, 제단 남쪽으로 흘러내려 갔다. 그는
또 나를 데리고 북쪽 대문으로 나가서, 밖을 돌아 동쪽 대문 밖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보니 물이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사람이 동쪽으로 나가는데, 그의 손에는 줄자가 들려 있었다. 그가 천 암
마를 재고서 나에게 물을 건너게 하였는데, 물이 발목까지 찼다. 그가 또 천 암
마를 재고서는 물을 건너게 하였는데, 물이 무릎까지 찼다. 그가 다시 천 암마
를 재고서는 물을 건너게 하였는데, 물이 허리까지 찼다. 그가 또 천 암마를 재
었는데, 그곳은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어 있었다. 물이 불어서, 헤엄을 치기 전
에는 건널 수 없었다. 그는 나에게 "사람의 아들아, 잘 보았느냐?" 하고서는,
나를 데리고 강가로 돌아갔다.
그가 나를 데리고 돌아갈 때에 보니, 강가 이쪽저쪽으로 수많은 나무가 있었
다. 그가 나에게 말하였다. "이 물은 동쪽 지역으로 나가, 아라바로 내려가서
바다로 들어간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그
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
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에제 47,1-9.12)
복음
유다인들의 축제 때가 되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의 '양 문' 곁에는 히브리 말로 벳자타라고 불리는 못이 있었다. 그
못에는 주랑이 다섯 채 딸렸는데, 그 안에는 눈먼 이, 다리 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같은 병자들이 많이 누워 있었다.
거기에는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가 누워 있는 것
을 보시고 또 이미 오래 그렇게 지낸다는 것을 아시고는,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그에게 물으셨다.
그 병자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
려갑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
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갔다.
그날은 안식일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이 병이 나은 그 사람에게, "오늘은
안식일이오. 들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그가 "나를 건강하게 해 주신 그분께서 나에게,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
하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들이 물었다.
"당신에게 '그것을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요?" 그러나 병이 나은 이
는 그분이 누구이신지 알지 못하였다. 그곳에 군중이 몰려 있어 예수님께서 몰
래 자리를 뜨셨기 때문이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성전에서 만나시자 그에게 이르셨다. "자, 너
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그 사람은 물러가서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신 분은 예수님이시라고
유다인들에게 알렸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그러한 일을
하셨다고 하여,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요한 5,1-16)
오늘의 묵상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물을 보았네.'일 것
입니다. 이 물은 생명을 뜻합니다. 복음에나오는 벳자타 못 가의 병자들도 치유
와 생명의 물을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감지하는 분위기는
제1독서의 에제키엘 예언자가 전하는 생명력이나 감동과는 사뭇 다릅니다. 물
이 출렁이면 치유의 힘을 갖는다고 믿고 그 순간을 노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강
퍅하고 살벌합니다. 그들은 물속에 먼저 들어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며 다른
이들을 밀쳐 내는 것을 서슴지 않을 것입니다.
이 대목을 가만히 묵상하노라면, 이렇게 자신만을 돌보는 곳에는 진정한 생
명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다는 치유는
현실이 아니라 소문일 따름이며,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구원의 물은 사실
은 조갈을 느끼게 하는 신기루일 뿐입니다. 이러한 벳자타 연못의 광경은 수많
은 행복의 소문 사이를 헤매는 가운데 자신의 생존에만 힘쓰며 이웃을 밀쳐 내
는 자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는 점을 보게 합니다.
그 못가에는 속절없이 다른 병자들에게 밀려나 겨우 자리만 지키는 한 병자
가 있었습니다. 서른여덟 해를 앓으며 치유의 요행을 기다린 사람입니다. 그가
이제 치유되어 일어나 걷습니다. 그는 허상이 아니라 정말로 구원을 체험한 것
입니다. 그 영험하다는 출렁이는 물의 힘이 아닙니다. 그에게 다가오신 에수님
께 간청하였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남보다 빠르거나 강하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행으
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구원자이신 주님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이에게 구원
과 치유의 꽃이 피어납니다. 구원은 업적이나 운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선물이며
만남이기 때문입니다.(매일미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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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주님,
이 참회와 기도의 때에 저희 마음을 바로잡아 주시어,
파스카 신비를 올바로 깨닫고 열심히 살아,
형제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널리 전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4. 1.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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