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그리운 폭우 /곽재구

뚜르(Tours) 2014. 5. 19. 12:09

 

 

어젠 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강물이 불어 강폭이 두 배도 더 넓어졌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금세라도 줄이 끊길 듯 흔들렸지요
그런데도 난 나룻배에 올라탔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흙탕물 속으로 달렸습니다
아, 참 한 가지 빠트린 게 있습니다


내 나룻배의 뱃머리는 지금 온통 칡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폭우 속에서 나는 종일 꽃장식을 했답니다


날이 새면 내 낡은 나룻배는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지름길은 얼마나 멀고 또 험한지 . . . . . . .


사랑하는 이여
어느 강상엔가 칡꽃으로 뒤덮인 한 나룻배가 얹혀 있거든
한 그리움의 폭우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었노라
가만히 눈감아줘요

 

 

그리운 폭우 . . . . . . . . . . 곽재구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시절의 밥상 풍경  (0) 2014.05.20
봄날은 간다  (0) 2014.05.20
한강은 흐른다   (0) 2014.05.17
봄바다 위에서  (0) 2014.05.11
아버지의 사랑!  (0) 201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