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삼천리 자전거포
주 용 일
면 소재지 중학교를 통학하며 바람 빠진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거나 체인에 기름을 얻어 치던 곳,
중학교 못 간 석이는 그곳에서 세수대야에 주부를 담그고
빵구를 때웠다.
기계충의 석이 머리 위로 신작로 지나가던 삼륜차가
하얀 먼지를 씌워놓고 사라지던 곳,
석이에게 미안해 금빛으로 빛나는 중학모자를 벗고
까까머리로 지나던 곳,
몇 대의 중고 자전거가 늘어서 있고
기름때 묻은 헝겊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던 곳,
장날 석이와 함께 주먹만한 찐빵을 몰래 훔쳐 먹던 시장 옆,
이제는 석이가 주인이 되어 지나는 나를 불러 세워
텅 빈 위장에 막걸리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주는,
추억의 삼천리 자전거포.
- 시집 <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뜻하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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