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맛있는 김을 보내왔다. 김을 보낸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로 인사를 했다.
‘선물 잘 받았습니다. 명절을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이렇게 썼다.
그런데 ‘전송’을 누르려고 하다가 다시 읽어보니 ‘선물 잘 받았습니다.’가 아니라 ‘선물 덜 받았습니다.’라고 돼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망발이야? 선물을 덜 받았다구? 그러니까 더 보내라구? 이런 실수를 한 이유는 자판의 받침을 잘못 눌렀기 때문이었다. 아시다시피 ㅈ 옆에 ㄷ이 있고 ㅏ 옆에 ㅓ가 있다. 하필 가장 중요한 글자를 절묘하게도 잘못 친 건데, 이걸 모르고 그대로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식은땀이 절로 났다.
‘할머니 오래 사세요.’를 ‘할머니 오래 사네요.’라고 잘못 친 경우를 보면서 웃었던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우리말은 정말로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자칫하면 망신과 봉변을 당하게 된다. 본의 아닌 오타는 큰일을 낸다. “야, 니 마누라 참 멋있더라.” 해야 할 것을 “야, 니 마누라 참 맛있더라.” 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라.
하여간 선물 답례인사는 다행히 제대로 고쳐서 잘 보냈다. 나중에 여럿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면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 다 와 웃었다. 그 중 한 명이 “흥, 본심이 드러났구만. 뭘 더 받으려구 그랬어?”라고 비꼬았다. 그래서 “우리 집에 필요한 건 이거다 하고 써 보낼 걸 그랬나?” 했다. 이 일이 있고부터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더욱 주의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런 노력도 보람 없이 최근에 또 실수를 했다. 휴대폰으로 메일을 읽고 답장을 보내다가 오타를 낸 건데, 휴대폰은 글자를 키우기 어려워 잘못 친 게 더 안 보인다. 내가 보낸 글은 ‘28일이 아니라 26일입니다. 선생남.’ 이렇게 돼 있었다. 선생놈이라고 안 친 게 정말 다행이다. 그랬는데 상대방이 ‘네 알겠습니나.’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피장파장 피차일반 도긴개긴(흔히 도진개진이라고 하는 말) 막상막하 오십보백보 난형난제 도토리 키재기, 벼룩 장판 뛰기에 백중지세 용호상박이라고나 할까? 실수든 뭐든 이 세상 모든 일은 함께, 같이 하면 즐겁다. 백짓장도 맞들면 때가 묻는다.
임철순 / 한국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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