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그분은 예수님이었습니다’

뚜르(Tours) 2016. 2. 10. 08:40

 

 

’그분은 예수님이었습니다’

 

금정역에서 전철을 탔습니다.
오페라 공연에 초청을 받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엘 갈려고.
전철을 타고 보니 자리가 없었습니다.

저기 경노석을 보니 한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가서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건너편 자리를 언뜻 보니

노숙자인듯한 행색이 남루한 사람이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온 몸과 얼굴 그리고 머리는 때와 먼지가 온통 시커멓게 뒤엉켜 덮여 있었습니다.
전철안의 풍경으로는 낯설기 짝이 없는 그런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순간 나를 스쳤습니다.
’날씨가 쌀쌀한데 얼마나 추웠을까’
그러면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보니 씻지를 않아서 꾀죄죄하지,
바탕은 잘 생겼고 반듯한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한 순간.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아저씨 !’하는 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 그 친구가 저쪽에서 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 치자 그 친구가 나에게 던진 말,
"밥 한 그릇 사주십시요."


’돈 한 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밥 한 그릇 사 달라’?
전철안에서 처음 보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건만 유독 나에게.
그런데 그 친구, 목소리가 정겨웠습니다.
내게 해맑은 웃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전혀 비굴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갑을 꺼냈습니다.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건너편 쪽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건넸습니다.
그 친구,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얼떨떨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말 없이 쥐어주고는 나는 내 자리로 도로 와 앉았습니다.
그리고 긴 침묵이 참으로 긴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친구, 남영동역에서 내리며 나에게 가벼운 목례를 했습니다.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한 쪽 다리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왜 다쳤을까’
’다치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범상치 않은 얼굴이던데....’
’아, 아깝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까....’

’소매깃을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우린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 건가?
있었다면 ’어떤 인연이었을까’.

 

이 글을 읽은 이현도 태사(太師)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이었습니다.
박영하 회장을 찾아오신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박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