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같은 SPF 수치…외출 땐 ‘15’써도 충분
치솟은 기온만큼 피부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피부노화의 주범인 자외선도 덩달아 강렬해진 때문이다. 자외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피부의 비타민D 합성을 유도하고, 살균 작용을 하며 다양한 신경조절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미와 잡티, 주름을 유발하고 일광화상과 피부염,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자외선 차단제는 남녀노소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자외선 차단제에 포함된 다양한 화학물질들은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고, 생식 기능 저하와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자외선A는 PA, 자외선B는 SPF
자외선(UV)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A, B, C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외선C는 오존층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자외선A와 자외선B가 지표면까지 내려와 피부에 영향을 미친다. 이 중 피부 노화의 주범은 파장이 가장 긴 자외선A다. 자외선B가 살갗이 빨갛게 변하는 홍반을 일으키거나 일광화상을 입히는 반면, 자외선A는 피부 깊숙이 침투해 기미와 주근깨 등을 유발한다. 또 콜라겐의 합성을 방해해 피부 탄력을 떨어뜨리고 주름살이 생기게 만든다. ☞ 5월의 신부! 5월은 결혼의계절
자외선 차단제에 표기된 SPF(자외선 차단지수)와 PA(Protection Grade of UVA)는 차단하는 자외선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SPF는 피부 염증이나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B의 차단 효과를 표시하는 단위다. SPF 뒤의 숫자는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시간을 의미한다. SPF1은 15분이다. 따라서 SPF20이라면 이론상으로는 5시간 동안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셈이다. 그러나 숫자가 두 배라고 자외선을 두 배 더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SPF15는 자외선 B를 92%, SPF30은 96.7%, SPF40은 97.5%가량 차단한다. 따라서 일상적인 외출에는 15, 레저 활동엔 30이면 충분하다.
PA지수는 기미, 잡티 등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A가 어느 정도 차단되는지를 보여 준다. +표시로 나타내는데 PA+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2~4배, PA++는 4~8배 자외선을 차단한다.
민복기 올포스킨피부과 대표원장은 “숫자가 높을수록 화학물질의 농도가 짙어지므로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있다”면서 “민감한 피부는 SPF지수 20~30 이상의 제품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 5월28일~29일 웨딩박람회
◆무기자차? 유기자차?
자외선 차단제는 성분에 따라 유기 성분을 이용한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유기계 자외선 차단제)와 무기질 성분을 이용한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무기계 자외선 차단제)로 구분된다.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는 유기화학물질이 자외선을 흡수해 피부에 침투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옥시벤존’이나 ‘아보벤존’ 등 벤젠 계열 화학물질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벤젠 계열의 화학물질은 잔여물이 피부에 남으면 염증을 일으키고, 생식세포 발달 등을 방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옥틸메톨시신나메이트’(OMC)와 ‘에칠헥메톡시신나메이트’, ‘호모살레이트’, ‘옥티살레이트’, ‘옥토크릴’, ‘맨틸안트라닐레이트’, ‘옥티노세이트’ 등의 성분도 자주 이용된다. 미국 내분비학회는 이 같은 성분이 정자세포의 활동성을 약화시키고 난자와 수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는 무기질 원료가 피부에 보호막을 만들어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방식이다. 제품 성분에 ‘징크옥사이드’(산화아연)나 ‘티타늄디옥사이드’(이산화티타늄) 등이 포함돼 있다. 피부에 흡수되진 않아 자극이 적지만 징크옥사이드는 피부 상피세포에 손상을 일으키는 세포독성을 갖고 있고, 자외선과 접촉하면 유해물질인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특히 스프레이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는 얼굴에 절대 뿌려선 안 된다. 선스프레이에 들어가는 징크옥사이드는 0.1㎛의 나노사이즈로 2.5㎛인 초미세먼지보다 작기 때문에 흡입할 경우 폐 깊숙이 들어가 폐의 표피세포를 손상시키고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바르는 것만큼 잘 지우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유해성분을 우려해 자외선 차단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피부암이나 화상, 피부노화 등 자외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안하면 맨살로 햇빛에 노출되는 것보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우선 SPF지수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보다는 낮은 지수의 차단제를 3시간에 한 번씩 덧바르는 것이 좋다.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 차단 성분이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외출 30분 전에는 발라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등 민감성 피부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PABA 성분이 없는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한다. 눈이 시리거나 피부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고르는 것이 낫다.
민복기 원장은 “자외선 차단제 사용 후에는 잔여물이 남지 않게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잔여물로 인해 여드름이나 모낭염, 땀띠, 접촉성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자외선 차단제에 의존하지 말고 마스크나 옷, 모자, 양산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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