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뒤에 시든다는 것(실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어>(자한(子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한 여름 녹음이 무성할 때에는 낙엽수든 상록수든 다 푸르지만,
일단 날씨가 추워지고 나면 낙엽수는 우수수 잎이 지고 상록수만 그 푸른빛을 지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야 너도나도 다 친구라고 하지만 막상 어려운 일을 당하고 보면
그 많던 친구는 다 어디로 가고 남은 건 나 혼자 뿐이다.
만약 어려울 때에도 끝까지 내 곁에 남아서 나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정말 상록수와 같은 친구일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인 추사 김정희 선생은 만년에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귀양살이 초기에는 왕래하는 친구가 있더니만 세월이 가도 추사에게 복권·복직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왕래하던 친구의 발길이 다 끊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적(李相迪)이라는 사람만은 끝까지 추사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추사를 찾아뵈었고 그 때마다 추사에게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 드렸다.
그러한 이상적에게 추사는 고마움의 표시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있는 문인 산수화 한 폭을 그려주
었으니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물가도 오르고 인심도 사나워지고 세상의 추위가 더 심해지는 요즈음이다.
이 추운 세상에서도 서로에게 상록수가 될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도록 하자.
아니, 내가 먼저 나서서 만들도록 하자.
金炳基 /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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