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사랑에도 갑, 을이 있다 /김현미

뚜르(Tours) 2018. 10. 26. 07:21

 

 

사랑에도 갑, 을이 있다

 

 

사랑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다

없으면 못 살 것 같아도

하나는 갑이고

하나는 을이다

 

더 주고

더 표현하고

더 사랑한 사람이 약자다

사랑한 죄로 을이다

 

갑은 당당하다

적당히 짜증내고

적당히 거절하고

적당히 부탁하고

적당히 변명한다

미안한 척 당당하다

 

을은 더 못 줘 미안하다

웃어 주고

받아 주고

기다려 주고

들어 준다

 

불안해하며 갑의

기분을 살핀다

주눅이 든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마음이 그렇게 시킨다

 

갑이여!

 

예쁜 사랑 오래 하고

싶으면 을처럼 행동하라

 

웃어 주고

받아 주고

기다려 주고

들어 주어라

 

사랑은 함께 안는 것이다

 

사랑은 마주 보고 웃는 것이다

 

사랑은 눈 맞추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현미 다 그렇게 헤어져요(p.90) 

 

출처 : 블로그 '우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