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11월의 시 /이임영

뚜르(Tours) 2018. 11. 4. 06:02

 

 

11월의 시

 

                             이임영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 주소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인양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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