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남산, 11월 /황인숙

뚜르(Tours) 2018. 11. 5. 06:25

 

 

남산, 11

 

                            황인숙

 

 

단풍 든 나무의 겨드랑이에 햇빛이 있다. 왼편, 오른편

햇빛은 단풍 든 나무의 앙에 있고 뒤에도 있다

우듬지에 있고 가슴께에 있고 뿌리께에 있다

단풍 든 나무의 안과 밖, 이파리들, 속이파리

사이사이, , 햇빛이 쏟아져 들어가 있다

 

단풍 든 나무가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있다

단풍 든 나무가 한없이 붉고, 노랗고 한없이 환하다

그지없이 맑고 그지없이 순하고 그지없이 따스하다

단풍 든 나무가 햇빛을 담쑥 안고 있다

행복에 겨워 찰랑거리며

 

싸늘한 바람이 뒤바람이

햇빛을 켠 단풍나무 주위를 쉴 새 없이 서성인다

이 벤치 저 벤치에서 남자들이

가랑잎처럼 꼬부리고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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