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또 한 계절이 안개비 속으로 사라진다 /솔향 손숙자

뚜르(Tours) 2018. 11. 17. 08:01

 

 

또 한 계절이 안개비 속으로 사라진다

 

                                           솔향 손숙자  

 

밤새 떨던 낙엽이

스치는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져

발밑에 널브러져 있다

 

잘 있으란 인사도 없이

또 한 계절이 새벽 안개비 속으로

사라져 가나보다

 

그 속엔 나의 인연들도 있다

속내까지 다 주던 소중한 인연들

샛노란 은행잎처럼 고운 인연들

 

어쩌면 저리도 싸늘히

돌아설 수 있을까

 

하필 이 슬픈 계절에

이 잔인한 계절에 함께 떠나다니

 

아쉬움에 자꾸만 뒷걸음질하는

이 마음엔 낙엽 태우는 가을 냄새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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