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김 경미
함박눈 못 된 진눈깨비와
목련꽃 못 된 밥풀꽃과
오지 않는 전화와 깨진 적금,
나를 지나쳐 다른 주소로 가는
그대 편지
나는 좌절하는 자세가 좋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뿌리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들
마치 하늘에 엎드려 굽어내려보는 신 같은
―시집『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2001)
출처 : 블로그 ‘하루 한 편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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