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이브의 기도 /보하 이문희
어쩌다가 어쩌다가
우리 아버지를 죽여주세요
엄마를 죽인 아버지가 무서워서
국민청윈 수십만건을 넘어서는
새상이 되었습니다
아들아 피 묻은 옷 갈아입고 가거라
경찰이 쫒아온다 어서 도망 치거라
아들의 칼에 찔려 죽어가는 엄마.
아들 걱정으로 울부짓는 목소리가
메아리 치는 새상 되고 말았습니다
내 살던 우리집 가고 싶다
내 집에서 살고 싶단 말이다
내 의지대로 살 수 없는 부모
윤리적 피난처 요양원 감옥에
강제로 감금 해 두고
평생 뼈빠지게 벌어서 자식들
대학보내고 집 한 채 미련하여
늙은 몸 의지해 사는 그 집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빼앗아
살면서 죽었다는 기쁜 소식만
학수고대 기다리는 자식들
부모가 남긴 재산 비전박토
개발이익으로 뻥튀기 되자
혈육지간도 언제였냐고
눈깔 뒤집어쓰고 웬수악수
개들 싸움판 벌리는 새상
가정은 한 사회의 초석인 것을
하늘의 준엄한 질서 짓 밟고
인간이 만든 질서와 권력에 눈멀어
약육강식의 살벌한 싸움터
동물의 새상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 이전에 숫자가 말하는 세상
광화문 네거리에서 피켓 들고
악 한번 쓰면 황금 보따리로
보장이 쏟아져 내리는 다수가결
민주주의 나약한 힘의 논리들
그래도 찬란한 아침 햇살
동산에 해는 다시 밝아 오고
밤이면 달도 떠서 기우는데
말 없는 강물은 흘러만 가는데
세상 창조하신 하늘님이시여
성탄이브의 한 밤중을 그들을
제도濟度할 용기조차 없어
밤 새 우는 가난한 시인의 죄
먼저 사 하여 주시오소서
용서하여 주시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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