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전형적 특징은 분노 섞인 항의 운동이다. 이 운동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알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다.
○모든 진실이 모든 이의 귀에 들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웃으면서 화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거라면 그럴 수 없겠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데카르트가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가진 것은 양식(良識)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도 쉽게 만족하지 않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들조차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진정한 영웅은 언제나 엉겁결에 영웅이 되지만, 다른 사람처럼 정직한 겁쟁이가 되기를 꿈꾼다.
○겁 많은 사람에게 다른 이의 두려움보다 용기를 주는 것은 없다.
○(인터넷에서) 잘 베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하고 올바른 자료를 찾아낼 줄 아는 학생은 좋은 점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찾아 베꼈다.
세상의 속도가 무섭군요.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2016년 오늘, 위의 보석 같은 명언들을 남긴,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밀라노의 집에서 눈 감았습니다. 인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지 84년 만에 고통 없는 세상으로···.
세계의 언론들이 애도했으며 영국의 ‘가디언’은 당시 부음기사에서 “에코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기호학자, 철학자, 수필가, 문학 평론가 등 어떤 형태로든 인간 행동, 사랑, 문학의 복잡성을 우아하고 감각적으로 탐구했다”고 추모했습니다.
에코는 ‘지식계의 T-Rex’로 불릴 만큼 엄청난 독서와 사고를 바탕으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숱한 명저들을 냈으며, 말년에는 잡지 《레스프레소》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등을 남겼지요. 인류 지성사에선 기호학의 토대를 닦은 대학자로 기억될 거고요.
에코는 천재였죠? 그는 토리노 대학교 문학부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Laurea) 학위를 받은 이래 무려 40개의 박사 및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어릴적부터 독서광이었고 13세 때 아버지와 함께 축구경기를 구경 갔다가 축구에 빠지는 대신, 신의 존재를 회의했다고 합니다. 9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신이 교수로 재직한 볼로냐 대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의 위치를 기억했다네요.
‘천재 에코’는 과연 양식이 아니라 어리석음이 번져가는 사회에서 자기 책 제목처럼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낼 수가 있었을까요, 인류의 역사는 현자들을 괴롭히고 조롱해왔는데···.
어쨌든, 에코의 명언들은 여전히 머리와 가슴을 울립니다.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반대하는 것이 유행병이 된 대한민국에서, ‘반대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알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다’는 명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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