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날인 오늘 혹시 누군가를 골릴 아이디어 하나 떠올렸나요? 영어로 4월은 ‘열린다’는 뜻의 라틴어 ‘Aperire’가 어원인 ‘April’이고, 특히 오늘은 ‘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 즉 만우절이지요?
만우절은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기원은 불분명합니다. 단순히 거짓말하는 날이 아니라 누군가를 속여 잠시 ‘바보’로 만들며 함께 웃는 날이지요. 이날 속은 사람을 ‘April fool(4월 바보)’, 프랑스어로는 ‘Poisson d’avril(4월의 물고기)’이라고 하고요.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을 바꾸거나 교실의 책상 방향을 바꿔 교사를 골리는 ‘이벤트’가 성행했고 요즘엔 쇼핑몰, 게임사, 영화사 등이 온갖 행사를 준비하지요.
서양에서는 언론들이 그야말로 ‘가짜뉴스’를 버젓이 내보내서 독자나 시청자를 웃음짓게 만드는데, 평소 신뢰와 공정성을 자랑하는 언론사들도 기발한 뉴스를 내보냅니다. 영국 BBC방송이 1957년 “스위스에서 올해 이상기온으로 나무에 스파게티가 열리고 있다”라며 수확하는 장면까지 내보내자 이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1976년 “명왕성이 목성 뒤를 지나가는 특이한 천체현상이 발생해 지구의 중력이 감소하고 바로 이 순간 점프를 하면 몸이 공중에 뜨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보도로 수많은 사람을 껑충 뛰게 만들었죠. 네덜란드 공영방송은 1960년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내보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만우절의 한자 ‘萬愚節’의 뜻은 ‘많은 사람이 바보, 멍청이, 어리보기가 되는 날’입니다. 매일 ‘진실의 강박’ 속에 사는 사람들이 하루쯤 서로 속고 속이면서 바보가 돼 ㅎㅎㅎ 웃는 날이라고나 할까요? 경찰서나 소방서에 거는 장난전화는 여기에 해당 안 됩니다! 속은 사람이 웃을 수가 없으니까요.
매일 거짓말하는 사람, 믿고 싶은 것을 진실보다 더 믿는 사람에겐 만우절이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이나 광적 추종자들에게 해당하겠지요. 사실보다는 허상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상주의와 위선적인 엄숙주의에 빠진 사람에겐 만우절의 이벤트가 씨알도 안 먹힐 겁니다. 즐거운 거짓말에 화낼 좁쌀뱅이들에게도 만우절은 의미가 없을 거고요.
어떤 사람은 “1년 365일이 만우절인 사회에서 만우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주장하더군요. 거짓말쟁이 바보들이 득실대고 그들에게 환호하는 인숭무레기들의 세상, 현자(賢者)라고 자위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난장판을 방치하다가 무지렁이들에게 지배당하는 ‘바보 세상’에서···.
그래도 평소 누군가를 속이면 하루종일 꺼림칙한 보통 사람들은 오늘 같은 날 잠시나마 ‘행복한 바보’가 되는 것이 마음건강에 좋겠지요? 속고 속이면서 함께 웃으면 ‘행복 호르몬’이 샘솟는다고 하네요. 오늘 속고 속이면서 기꺼이 즐거운 얼간이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멋진 ‘거짓말 이벤트’ 하나 떠올려 보세요. 혹시 벌써 누군가에게 속아서 너털웃음을 떠뜨린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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