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또 그렇게 봄날은 간다 /이재무

뚜르(Tours) 2024. 5. 4. 16:57

 

 

또 그렇게 봄날은 간다  /이재무

 

 

아내한테 꾸중 듣고

집 나와 하릴없이 공원 배회하다가

벤치에 앉아 울리지 않는 핸드폰 폴더

괜스레 열었다 닫고

울타리 따라 환하게 핀 꽃들 바라보다가

꽃 속에서 작년 재작년 죽은 이들

웃음소리 불쑥 들려와 깜짝 놀랐다가

흘러간 옛 노래 입 속으로만

흥얼, 흥얼거리다가 떠나간 애인들

어디서 무얼 지지고 볶으며 사나

추억의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스레 핸드폰 자지러진다

“아니, 싸게 들어와 밥 안 먹고 뭐해요?”

아내의 울화 어지간히 풀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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