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안상학
세상 살기 힘든 날
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
강가에 나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
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
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
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
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
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
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이 땅에 한 번 스미지도
뿌리 내리지도 않고
무심히 강물과 몸 섞으며
그저 흘러흘러 갔으면 좋지 않을까
비조차 마음 부러운 날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생각한 날
강가에 나가 나는
- 안상학,『오래된 엽서』(천년의시작, 2003)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월의 향기 /송영희 (0) | 2024.07.06 |
---|---|
백합꽃 향기 /문태성 (0) | 2024.07.04 |
7월의 기도 / 김덕성 (0) | 2024.07.01 |
장밋빛 스카프 이야기 / 김왕노 (0) | 2024.06.29 |
호수(湖水)가에서 /박동수 (0) | 2024.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