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카朝鮮] 檀園 김홍도의 ‘美童情事’
무성한 숲, 뒤틀리고 꼬이고 교차하면서 뻗어 올라간 나무, 그 사이로 지나가는 근육질 같은 토파(土坡)와 젊은 남녀의 정열을 한무더기의 경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야릇한 표정이다. 성적 행위를 보여주지 않고 짜릿한 맛을 은유하고 있다.
타구 옆으로 나온 여인의 손, 보이지 않는 남자의 손이 ‘미동치기’를 연상케 한다.
[에로티카朝鮮] 김홍도의 陰陽體位
섹스를 하는 자연의 계곡이나 형상물은 단순한 무대장치로 그려진 것이 아닌다. 음양 결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일부로 설정한 장면이다. 이처럼 야외의 승경(勝景)을 춘화의 배경으로 묘사한 예는 중국이나 일본 춘화에서는 볼 수 없다.
남근이나 여근곡(女根谷)처럼 음양을 상징적으로 내세운 야외 정사를 즐겨 다루는 묘법은 조선 후기 춘화의 전형적인 양식이다.
[에·로·티·카·朝·鮮 春畵의세계]檀園 김홍도의
‘月下戀人’
보름달빛이 비치는 버드나무 아래의 낭만적인 표현
달 밝은 밤에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돗자리를 깔고 방사(房事)가 아닌 야외 정사를 치르고 있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이 그림은 춘화라기보다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실제 손으로 벌거벗은 두 남녀를 가리고 보면 아름다운 한여름밤의 풍경일 밖에 전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이처럼 조선시대 춘화는 인간의 성을 자연과 결합시킴으로써 외설적인 주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상체나 둔부에 비해 다리가 유난히 가녀린 인체의 묘사는 비록 정확한 데생을 바탕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행위에 대한 사실감만은 잘 살려냈다. 전체적으로 담채와 수묵이 어우러져 담담한 느낌을 준다. 당장 한 편의 시가 읊어질 듯한 서정적인 자연경관을 성애 장면과 결합시킨 작품이다.
밝은 밤에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
[에·로·티·카·朝·鮮 春畵의세계]檀園 김홍도의 ‘죽어도
좋아’
초가마루에서 옛 기억을 살려 시도하려는 노인부부의 모습에선 조선적인 멋과 회화성을
보여준다.
이 그림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가 그린 노(老) 부부의 성 풍속도다. 노부인이 치마를 걷어올린 채 남편의 성욕을 부추기고 있지만,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늙은 부부의 노쇠한 성의 안타까움을 잘 표현한 명작이다.
“나도 한때가 있었는데….”
마음은 있어도 몸이 말을 들어 주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장면이다.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성(sex)의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요즈음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화제를 뿌리고 있어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일깨우는 그림이다. 실버세대가 늘어나고 평균수명도 70세를 넘어섰다. 단원의 작품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제 나이 든 부부도 건강한 성생활을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에·로·티·카·朝·鮮/春畵의세계]檀園 김홍도의
‘火急之事’
중년의 사내가 후다닥 옷을 벗어던지고 누워 있는 여인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렸다. 무엇이 그리 급할까…. 덤벼들 듯 달려가는 벌거벗은 양반의 황급한 모습이 한바탕 겨뤄 볼 자세다. 그와 반대로 장죽을 물고 홑치마를 걷어올린 채 누워 있는 기녀의 자태는 좀 느긋하다.
하지만 급하기는 양반이나 기녀나 매한가지 아닐까….
이 춘화는 조선시대 기방 풍경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벗어 놓은 의복과 ‘양태’와 ‘갓도래’가 넓은 갓으로 보아 남자는 양반 계급이며, 긴 담뱃대를 문 채 사내를 받아들이는 여인은 기녀다.
사내는 방문도 닫지 않은 채 급히 서두르고 있다. 왜 이렇게 다급한 상황을 묘사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이 기생을 독차지한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급히 일을 치러야 하는 정황을 암시한 것 같다.
조선시대 춘화는 성 유희 장면을 담고 묘사하면서도 그 장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당대 사회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들, 이를테면 한량과 기생의 관계 같은 것을 묘사한 일반 풍속화로 여겨지는 것이다. 초롱을 들고 기생집을 찾아온 한량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장죽을 물고 누워 있는 기녀에게로 달려간다. 성급히 달려가는 한량의 몸짓도 우습지만 한량의 급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반라로 누워 있는 기생의 표정 또한 재미있다. 속고쟁이가 없이 겉치마만 걷어 올려 당장이라도 일을 치를 수 있게 준비를 완료한 기녀의 속셈은 어떤 걸까…. 님 오시기만 기다리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한량이 들어서자마자 담배를 피우며 자세를 잡은 게 아닐까….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갓과 옷, 그 옆에 놓여 있는 불밝힌 초롱으로 급한 정황을 읽을 수 있지만 왜 여인은 담뱃대를 물고 있을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등불을 들고 오면서 기녀와의 이런저런 정사를 생각했을 한량의 다급함은 얼른 이해가 되지만 좀처럼 기녀의 담뱃대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는다. 기녀도 담배를 피우면서 님 오시기를 학수고대했다는 해설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님과 뜨거운 사랑을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 담배로 지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춘화에는 곧잘 장죽을 문 여성이 등장한다.
『한국의 춘화』는 유희만을 목적으로 하는 포르노물과는 거리가 멀다. 남녀의 노골적인 성애장면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배경을 이루는 바깥 풍경이나 실내 장식품을 적절하게 배치, 단순한 성 유희를 넘어선 한 차원 높은, 예술성을 지닌 성풍속도로
그려진 것이다. 이를테면 남녀가 바깥에서 은밀하게 정사를 벌이는 단원의 작품 ‘애무정사(愛撫情事)’를 보면 그림의 초점이 두 남녀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물기가 흥건한 먹으로 묘사된 계곡 입구에는 진분홍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바위와 흙더미(土坡)가 결합하는 장면은
자연에서의 음양(陰陽) 이치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산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성의 그것을 닮은 여근곡(女根谷)을 은유적으로 표현, 자연과
인간의 음양 결합을 한 화면에 담아 남녀의 성애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 것이다.
절에온 여인과 노승의 성희를
옆보는 동자승.
김홍도-운우도첩(雲雨圖帖)01
-애로 비디오에 과부들이 단골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춘화에는 파계승들이 자주 등장한다. 엿보는
이는 동자승으로, 신윤복의 엿보는 그림보다 공간 처리가 한수 위임을 알 수 있다.
스님과 여염집 여인의 정사 장면을 묘사한 그림에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선시대 여성에게 아들을 못 낳는 일은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깊은 산중으로 부처를 찾아가 백일
치성을 드리고 수태, 대를 잇는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다. 결혼 10년이 넘도록 애를 갖지 못한 여성이 백일 치성으로 아이를 얻는 기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여성이 백일 치성을 드리는 동안 이 여성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스님뿐이다. 불공을 드리면서 정담도 나눌 수 있다.
깊은 산속 절간에서의 이들의 만남은 큰 인연이다. 100일은 길다면 긴 시간이다. 머리가 잘 도는 스님이면 이 기간 중에 여성의 배란기쯤은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입담 좋은 이야기꾼의 스님과 여인의 정사는 끝맺음을 이렇게 하고 있다. 배란기를 맞춘 마지막 치성. 탑돌이로 여성의
정신을 뺏는다. 두 손을 모으고 오직 아들 낳기만을 빌면서 수십, 수백 바퀴를 돌고 나면 핑하고 어지럼증이 온다. 기를 쓰고 몇 바퀴를 더
돌지만 탑이 있는 절 마당에 쓰러지기 마련이다. 여인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스님의 손에 의해 인기척이 없는 절 방으로 옮겨진다. 이윽고 애를 얻기
위한 숭고한 작업이 시작된다. 여인은 비몽사몽간에 무언가를 느끼고 있지만 노골적인 몸짓은 할 수 없다. 그저 눈을 지그시 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체 스님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일…. 이 긴장감이 출렁이는 순간, 가만히 발을 밀치고 아무도 보아서는 안되는 장면을 동자승이 훔쳐본다.
이것이 ‘스님의 밀교(密交)’를 그려낸 소설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춘화는 스님과 여인의 표정보다도 동자승의 훔쳐보기가
압권이다.
조선시대 춘화는 배경을 이루는 자연 경관뿐 아니라, 행위가 벌어지는 주변의
경물도 의미 없이 등장하는 법은 없다. 절구와 절굿공이가 있는가 하면, 참새나 개의 교미 장면을 살짝 곁들임으로써 강하게 암시하는 수법도 흔히
사용된다. ‘스님의 밀교’에서 동자승처럼 하녀나 시동이 남녀의 정사를 엿보는 장면을 심심찮게 등장시켜 그림 보는 재미를 돋워준다. 남녀가
성교하는 노골적인 표현이 있다 해도 주변 경관이나 화분,책상,장독대,화로,등잔,괴석 등 배경 그림들이 직설적인 표현을 누그러뜨리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조선시대 춘화가 외설 차원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김홍도-운우도첩(雲雨圖帖)07
-한폭의 산수화, 또는 산수와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류를
묘사한 풍속도와 같은 춘화 (역시 김홍도!) 배경의 바위는 둔부의 모양을 암시하고
있다.
주인과 여종과의 성희장면.
여종은 모든걸 체념한듯 사뭇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표정이 우스깡스럽기도 하다.
徽章이 쳐진 방안을 背景으로 男女가 情事를 나누고 있다. 마루에 놓여있는 梅花나무 盆栽와 水仙花,
그리고 文房具와 冊 등으로 보아 이곳은 士大夫家의 사랑방으로 朝鮮後期 兩班 집의 室內情景과 盆栽를 재배하는 새로운 趣味가 流行했다는 記錄을
뒷받침해 주는 資料이다. 지붕 線과 문틀의 묘사 등 斜線을 많이 사용함으로서 畵面에 動的인 雰圍氣와 深度를 주고 있다. 春畵는 흔히
포르노그라피로 치부된다. 그러나 人物畵나 風景畵와 마찬가지로 옛사람들의 文化나 疾病까지도 밝혀주는 貴重한 資料이다. 얼굴에 담긴 斑點이나
낯빛으로 春畵의 모델들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를 推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春畵를 단순히 포르노物이라고 단정하는 것보다는 옛 祖上들의 性
文化를 엿볼 수 있는 歷史資料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홍도-운우도첩
(雲雨圖帖) 10
18세기 조선왕조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여주는 이 운우도첩의 그림들은 매우 사실적이며 속되지 않아 후대 춘화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말기나 20세기의
춘화들에도 혼교하는 장면이 간혹 있지만 그리 흔하지
않다.
지금까지 발견된 춘화첩 중에서 檀園의 作品으로 전
하는 이 雲雨圖帖은 가장 뛰어난 作品이라 할 수 있다. 이 畵帖을 그린 畵家의 創意力과 筆力은 다른 作品들과 비교할 때 越等히 뛰어나다.
朝鮮王朝時代의 여러 가지 性 風俗을 보여주는 이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며 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俗되지 않다.
또한 이 그림은 특이하게
두 명의 女子와 한 男子가 混交하는 장면을 다룬 破格的인 場面이다.
우리 춘화의 적나라한 장면들은 단순히 桃色적인 性戱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인간사의 하나로 표현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리고 諧謔的이면서 浪漫이 흐르고 假飾 없는 표현들로 감칠맛 나는 것이 사랑스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