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5807

2월 아침에 /윤보영

2월 아침에   /윤보영  1월이 바쁘게 지나간 자리에2월이 웃으면서 다가와 있습니다.지금 웃고 있는 저 웃음이2월 내내 이어질 수 있도록나도 함께 웃겠습니다. 살다 보면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고양보를 강요받을 때도 있습니다또 더러는, 원하지 않는 일로웃음이 지워질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얼굴뿐만아니나바쁜 일상에도 늘 웃음이 담기도록즐거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이제 산과 들에 새싹이 돋고얼었던 계곡에도 물이 흐르듯내 주위로 향기가 퍼져나가게사랑으로 꽃을 피우겠습니다. 2월 아침입니다지금 하는 생각들이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내가 나에게 한 약속!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한 편의 詩 2025.02.01

1월을 보내며 /은석 김영제

1월을 보내며   /은석 김영제  째깍째깍 시간속또 새해 첫 달 1월도떠나 갑니다하루하루는짜증나고 안 가지만일주일 한 달은금새 갑니다 돌아오는 2월도날짜가 28일밖에 없어빨리 감을느낄 겁니다그렇게 우린 겨울을두려워 하면서도보냈습니다 첫 1, 2월을 쉽게보낸 것 처럼 다음 달또 그 다음 달도그런 편안 마음으로맞고 보낸다면기억은 쇠퇴하지 않고좋았던 시절속에 머문 답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31

지나가는 것 /신달자

지나가는 것  /신달자​​한 아주머니가 긴 복도 저쪽에서긴 막대 걸레를 쑥쑥 밀고 온다한 손으로 핸드폰을 받고 입으로 껌을 딱딱 씹으며발로는 이것저것 장애물을 치우며 가끔 웃고 때로는 무표정하게무조건 밀고 들어오는 탱크처럼 그 막대 걸레 아줌마 먼지를 털고쓰레기를 밀고 밀고 밀고 내 어깨 옆을 쑤욱 지나가는 그 순간개울 지나가고 강 지나가고 바다 지나가고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가고한 무리 새 떼가 지나가고 한 무리 태풍이 지나가고탄생과 죽음이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화들짝 꽃들이 와르르 피고 주르룩 꽃들이 떨어지며 지나가고걸레 아래서 무참히 지워지는 더러운 무늬들무작위로 쳐들어오는 광고지 같은 소식들 뭉개지고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어 더듬거리는 입술 터지고거기 내가 잃어버린 시계 초침 하나 어디론가 쓸..

이 한 편의 詩 2025.01.30

설날 /鞍山백원기

설날  /鞍山백원기  설날에 축복의 설(雪)이 오니온 세상 하얗게 물들었다설날이 오면앞마당 나무 꼭대기서까치가 울고반가운 손님에너도나도 세배했지 먹을 것도 많고맛있던 설음식할아버지 할머니아빠 엄마께 세배하고세뱃돈 받으면얼마나 기뻤던지다디단 눈깔사탕빨아먹던 즐거움 시간은 흐르고 나서야그리워지는 것인가옛날 살던 그 동네찾아가고픈 마음머리에서 가슴에서떠날 줄 모르고흩어진 설날에한기 어린 세상사한숨으로 달래 보며봄이 오는 그날 기다려본다

이 한 편의 詩 2025.01.29

섣달그믐날 저녁에 생각나는 것은 /박종영

섣달그믐날 저녁에 생각나는 것은  /박종영  매년 이맘때 섣달그믐날 저녁이면아버지는 가마솥에 물을 데어우리 삼형제를 목욕시키고물 부른 손톱과 발톱을 녹슨 가위로물려받은 가난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정갈하게 씻고 닦아보내는 시간과 다시 맞는 새해를마음 가다듬고 소원 성취하라고배불리 먹는 덕담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때마다 안경 너머로 비치는아버지의 세월은 눈가에 잔주름을 늘어만 가게 했고한복 저고리 떼 묻은 동전 깃에서는서러운 옛날 얘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어머니는 별것 차림세도 없이비좁은 부엌에서 분주하게 손놀림하며,지난봄 그 안개 서린 들녘에서 낭만을 외우며 갓 뜯어와봄볕에 말린 취나물과 고사리나물을 데쳐 찬물에 얼리고,옛날로 달려가는 바닷가가 그리운지 가슴이 하얗다. 초하루인 내일쯤에는..

이 한 편의 詩 2025.01.28

첫눈 /김계수

첫눈  /김계수얼마나 오래 쓸쓸해지기를 기다려서내게 내렸을까, 처음의 두근거림언제였을까나를 깨운 시간쌓였던 기다림을 몰래 풀며 홀가분해지는 일외로워할 모든 것 입술에 펼쳐놓고말없이 호흡을 풀어놓는 일시간을 잡아챈 기억들이 풀리고낡은 관절에서 우두둑 생각이 깨어나는 날그토록 사랑하고 싶었던 그대의 얼굴얼마나 오래 단단해지기를 기다려서내게 내렸을까, 당신은

이 한 편의 詩 2025.01.24

겨울 뻐꾸기 /황금찬

겨울 뻐꾸기   /황금찬  새벽 4시나는 뻐꾸기 소리에잠을 깬다.그리곤 다시잠이 들지 않는다젊은 어머니와늙은 아들의 대화어머니는저보다 늙지 않았습니다.그래 너는 에미보다늙었구나.제가 어머니보다많이 더 오래 살구 있는걸요너는 이 에미의 가장 사랑하는아들이지늙어가는 네 모습이울고 싶도록 아름답구나어머니의 소원은뻐꾹새가 되는 것이었다.그래 잠든 도시의 새벽을깨우고 있다.사랑하는 아들아딸들아어미처럼 젊은 나이로는뻐꾹새가 되지 말아라.어머니는새벽 4시가 되면늘 우시고 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22

겨울밤의 기도 /정유찬

겨울밤의 기도  /정유찬  어떤 날은지워버리고 싶고어떤 날은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기고픈 하루, 또 하루 거리의 바람이날카롭게 지나는 창가에서나는 잠들지 않고추억의 날들을 봅니다 기쁘고 슬픈 날들행복하고 괴로웠던 날들사랑했고 미워했으며감사하고 원망도 했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과그것을 지나온 느낌들은하늘 끝까지 각각의 울림으로 다가가영원이라는 시간 속에 담기겠지요 때로는, 지나온 추억과 만들어갈 미래와존재하는 순간이 모두의미 없는 것들로 다가와도 또다시 빛날 태양과밤이면 뜨는 별들 아래서 사랑하게 하소서늘 감사하게 하소서그리고 무엇보다지난날들을 후회하지 않게하옵소서라며 가장 간절한기도를 올립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21

눈사람 /황정숙

눈사람  /황정숙 ​​눈사람은 슬픈가발자국을 눈사람은 만들지 못해서사람의 발이 닿는 곳이 허공이라서 더 슬픈가동식물에 이름을 붙이는 그 눈사람을 노래하다진력이 난 발에는 어딘가 반항심 같은 순간이 들어있다눈사람은 바짓단에 정말로 숨겨 논 신발이 있다면눈사람의 신발이 사라졌다면눈사람은 하루 종일 서 있을 수 있는가아침이 오면 눈사람이 밤새 걸었던 발자국을 지웠다발자국이 없다면 눈사람 같은 눈사람이 아니어서혹은 전혀 눈사람이 아니어서 슬픈가눈을 뚫고 온 바람을 하얗게 뭉치는 세상어떤 눈사람은 잠자는 먹이를 잡고어떤 눈사람은 잠자는 먹이는 잡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눈사람은 발을 잃은 짐승일까그러나 눈이 녹으면 형체를 잃은 신이 아닌가러시아 어느 소수민족은호랑이의 발자국을 눈사람의 발자국으로 믿는다그래서 슬픈가..

이 한 편의 詩 2025.01.20

겨울 호수 /류인순

겨울 호수  /류인순하얀 눈 소복한 상류에고요 속에 잠긴 호수가그대의 따뜻한 품처럼하얀 숨결로 다가오고끝없이 펼쳐진 호수는얼음 녹은 물줄기 따라파란 숨결 머금고낯선 고독을 품고 있다잔잔한 호수반짝이는 윤슬은차마 얼지 못한 내 마음조용히 흔들어 깨우고겨울 호수는 그렇게멈춘 듯 흘러가며봄날의 조각들하나하나 꿰매고 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16